[르포] 러시아 시장 노크한 'LG 시그니처'…현지 밀착 마케팅으로 '승부'

[르포] 러시아 시장 노크한 'LG 시그니처'…현지 밀착 마케팅으로 '승부'

기사승인 2016-09-09 05:00:00

[러시아(모스크바)/쿠키뉴스=구현화 기자]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메가(MEGA)라는 대형 쇼핑몰. 그 안에 전국 32개 매장을 가진 러시아의 ‘하이마트’인 대형 전자매장 엠비디오(M.Video)가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각) 몰아치는 빗속을 뚫고 엠비디오에 들어서자 LG시그니처 중에서는 유일하게 65인치 LG시그니처 올레드 TV가 정면에 설치돼 있었다. 가격은 49만9990루블. 원화로 환산하면 847만원인 프리미엄 TV다. 

김효열 LG전자 러시아법인 세일즈마케팅전략팀장(부장)은 “환율이 달러당 64루블로 오른 뒤에는 TV시장에서 소형인 32~40인치가 잘 나가는 상황”이라면서도 “러시아는 가구당 TV를 3~4대 놓는 관습이 있어 TV 소비가 많은 편이며 다른 엠비디오 매장에도 제품이 빠져서 오늘 다시 넣었다”라고 말했다.

LG전자 시그니처 TV는 매장 진열을 8월부터 시작했다. LG전자는 러시아에 본격적으로 ‘LG 시그니처’ 프로모션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독일 전자제품전시회(IFA) 이후 가을경 대대적으로 광고를 시작하며 정식 출시될 예정으로 지금은 초기 공급 단계다. 초기 물량부터 반향이 좋다는 귀띔이다. 

시그니처 뒤에 있는 삼성 커브드 퀀텀닷 TV는 75인치로 129만9990루블(한화 2203만원)로 훨씬 비쌌다. LG전자는 올레드로 커브드, 대형 TV는 판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소련 시절 지은 좁은 아파트에 살고 벽걸이 TV를 선호하는 러시아 사람들의 특성상 크고 커브드인 TV가 많이 소비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한국 브랜드가 잘 팔리는 시장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함께 TV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과 LG전자 TV를 합치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다. 보통 TV시장 매출은 전통적으로 겨울인 4분기에 오르는 편이다. 겨울 매출이 전체 매출의 35-40%를 차지한다. LG전자는 러시아 현지법인에서 직접 TV를 생산해 출하하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는 LG전자가 월등하게 잘 팔리고 있다. 시그니처 냉장고와 시그니처 세탁기도 연말에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세탁기 시장은 삼성과 LG 합치면 40~50% 사이로 절반의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

LG전자의 냉장고와 세탁기는 엠비디오 매장에서도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돼 있었다. 투명한 케이스로 특수 제작된 LG전자의 유럽형 드럼 세탁기는 다른 세탁기 제조사처럼 세탁조와 모터를 벨트로 연결하지 않고 직접 연결한 다이렉트드라이브(DD) 모터를 강조했다. 냉장고는 상냉장 하냉동의 유럽향 냉장고다. 이제 곧 LG전자가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이 무기인 ‘센텀 시스템’을 장착한 LG시그니처 세탁기, 4도어 프렌치 도어에 자동 문열림 기능까지 더한 시그니처 냉장고가 곧 러시아 시장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처음부터 LG전자 가전이 이렇게 잘 팔렸던 것은 아니다. 러시아도 유럽권인지라 보쉬나 지멘스, 밀레 등의 유럽 프리미엄 가전이 러시아 시장을 장악했었다. 이곳에서 LG가 한국계 기업으로는 최초로 러시아 시장 자체만을 위한 법인을 세우고 사회공헌 활동에 공을 들이면서 러시아 사람들도 LG 제품에 대한 신뢰를 쌓게 됐다.

러시아는 애초에 한반도의 79배의 광활한 영토, 인구 1억4600만명의 매력적인 시장인 데다가 지하자원에 의존하고 제조업이 약해 가전제품을 모두 수입해 쓰는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여서 수입산 가전이 잘 팔린다는 이점이 있었다. 이를 먼저 알아보고 문을 계속 두드린 결과가 믿음으로 돌아온 셈이다. 

러시아 법인은 LG전자의 여러 해외 법인 중에서도 가장 현지화가 잘 된 법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LG전자가 공들인 노력이 컸다. 꼭 10년 전인 지난 2006년 현지공장을 세운 이후로 누적투자 4억달러, 총인원 1600명의 대형 공장이 됐다. 협력회사 직원까지 합하면 4000여명에 이른다. 

LG전자는 이곳에서 정착한 이후 러시아의 현지 사정을 분석해 만든 맞춤형 가전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잘 팔렸다. 러시아의 추위를 고려해 만든 냉난방 겸용 에어컨,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냉장고와 좁은 가옥구조를 감안한 슬림형 드럼세탁기 등이 인기를 끌었다. 2011년 청소기를 시작으로 LG전자의 에어컨, 모니터, 오디오, 전자레인지 등 5개 제품이 러시아 최고 권위의 브랜드 어워드인 ‘국민브랜드’에 선정됐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인지도는 99%에 달한다.

송대현 LG전자 CIS지역대표 겸 러시아법인장 부사장은 “나는 항상 LG전자는 한국 회사가 아니라 러시아 회사라고 설명한다”며 "공장을 지을 때 이 시장만을 목표로 했던 만큼 소비자들이 이 브랜드를 수용해 주는 게 중요했다. 우리 고객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입장에서 헌혈 캠페인 등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며 소비자 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러시아 시장이 미국의 경제 제재로 약간 주춤한데 앞으로 러시아 시장이 회복될 것을 감안해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이라며 "우리의 현재 위치인 리드그레이드에서 하방전략으로 중국업체들의 침입도 저지하고 최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공장을 십분 활용해 LG 시그니처 가전을 성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혈액이 부족한 러시아 사정을 고려해 지난 4월까지 78회째 헌혈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고,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뇌질환 치료재단인 하벤스키 재단에 러시아인들의 매칭그랜트로 후원금 500만 루블을 기부하는 등 기부 행사에 앞장서왔다. 2012년 1000만달러 이상을 투자, 오염된 공기를 제거하는 정화시설을 구축하는 등 환경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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