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항공기를 중심으로 거래되던 항공기 시장이 점차 중형 항공기로 이동하고 있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 운송 시장은 중형 항공기를 활용해 목적지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인 ‘포인트 투 포인트 모델’로 바뀌고 있다.
관광객이 증가하고 항공사들의 수익이 늘었던 2014년에는 항공사들이 대형 항공기를 선호했다. 그러나 보잉747과 에어버스 A380 등 대형 항공기들의 크기가 항공사 수익에 발목을 잡았다. 예상과는 달리 많은 좌석 수를 채울 수 없던 탓에 오히려 운행 효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A380과 같은 대형기는 최근 몇 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운행 효율성을 감안해 항공사들이 중형 항공기를 선택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A380이 저조한 판매실적을 나타내며 해외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에서는 A380의 시장상황 악화를 반영해 지난해 8월 에미레이트항공이 사용하는 A380 4기를 담보로 하는 Class A EETC(Enhanced Equipment Trust Certificate)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대형항공기에서 패권을 빼았겼던 보잉은 높은 연료 효율로 장거리를 갈 수 있는 중형 항공기 개발에 집중하며 B787 드림라이너를 내놓았다. 242~330명을 태우는 중형 항공기임에도 탄소복합 소재 등을 기체에 사용해 무게를 줄이고 엔진 효율을 높여 최대 1만4140㎞까지 날 수 있다.
여객 수요가 적거나 공항이 작아 대형 항공기가 취항할 수 없던 장거리 노선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B787은 작년 9월까지 600대가 항공사에 인도됐고, 150개의 신규 직항 노선을 만들었다.
경쟁사인 에어버스도 뒤늦게 첨단 소재를 활용한 신형 중형 항공기 A350을 내놓고 이런 흐름에 합류했다. 지난해 12말까지 11개 운항사로부터 카타르항공(37대), 캐세이퍼시픽항공(20대) 등 169대에 대한 주문을 수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A380을 발판 삼아 보잉과 대등한 위치에 서려던 후발주자 에어버스의 계획이 다소 늦었다는 분석이 많다.
업계관계자는 “이미 5년 전부터 항공사들이 상대적으로 대형항공기는 좌석, 연료 측면에서 연료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중형 항공기 도입을 계획하는 흐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박진서 한국교통연구원은 “민간 항공기에서 중형 항공기 시장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계의 2대 강자인 보잉, 에어버스뿐만 아니라 일본 미쓰비시 항공기(MRJ), 중국 COMAC에서 자체 제작한 C919 등 시장 잠재력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