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한철은 올해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영화 ‘신과함께 : 인과 연’과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 연달아 출연했고, 참여한 영화 ‘배심원들’과 드라마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공개도 앞두고 있다. 특히 조한철은 최근 종영한 ‘백일의 낭군님’에서 유약하면서도 예민한 왕 능선군 이호로 분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종영 후 서울 자하문로 한 카페에서 만난 조한철은 “오랜만에 에너지를 쏟아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며 “기억에 남는 작품, 캐릭터가 될 것 같다”고 드라마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극 중에서 조한철이 연기한 왕은 약한 부분을 감추기 위해 큰소리치는 인물이다. 반정을 도모한 김차언(조성하)과 거래를 통해 왕좌에 오른 그에겐 늘 불안감이 맴돌았다. 주변사람들이 죽어나갔고, 자신의 아들인 이율(도경수)도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조한철은 쉽지 않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작품 자체를 유심히 봤다고 설명했다.
“정통사극이 아니라 왕의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송주현 마을의 분위기는 매우 가벼웠지만, 왕궁의 상황은 아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연기에 힘을 뺄 수 없었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작품에서 답을 찾았어요. 이호가 궁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지 않았다는 점을 자세나 목소리에 녹여내려 했죠. 이호의 나약함을 나타내기 위해 오히려 센 척을 하기도 했고요.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그것을 숨기려 일부러 강한 척을 하기도 하니까요.”
이처럼 조한철은 섬세한 연기로 위기의 왕을 그려내며 시청자의 호평을 얻었다. 작품의 화제성도 높았다. ‘백일의 낭군님’은 최종회 시청률 14.4%(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했다. 이는 tvN 드라마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결과적으로는 모든 것이 성공적이었던 작품이지만, 조한철에게 ‘백일의 낭군님’ 출연 결정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신과 함께 : 인과 연’에 이어 내정 배우가 하차한 자리였던 탓이다.
“‘신과 함께 : 인과 연’ 출연을 결정할 때 걱정이 많았어요. 부담이 커서 결정을 쉽게 하지 못했죠. 김용화 감독을 직접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대화를 나누는데, 이미 제 고민이 무엇인지 다 파악하고 있더라고요. ‘백일의 낭군님’ 출연 결정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였어요.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기울었는데, ‘왕’ 역할이란 점이 마음을 끌었죠. 배우로서 꼭 한 번쯤 해보고 싶었거든요. 처음에 반대하던 아내도 왕 역할이라는 이야기를 듣더니 ‘꼭 하라’며 찬성했죠.”
깊이 있는 해석과 안정적인 연기 덕분에 조한철은 ‘백일의 낭군님’ 속 새로운 왕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올해로 데뷔 20년차인 그는 앞으로도 가던 길을 꾸준히 가겠다고 말했다. 작품의 성공으로 엄청난 반응이 오더라도 배우로서 자신의 할일을 묵묵히 하고 싶다는 설명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길게 내다보고 예상하면 너무 힘든 일이죠. 그냥 딱 눈앞의 작품만 집중하며 살았어요. 배우는 언제 어떻게 되겠다고 계획을 세운다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누군가 매력을 느끼고 좋아해 줘야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일이에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죠. 사실 연기를 시작한 지 20년이 된 줄 인터뷰 전엔 몰랐어요. 그냥 배우로 살다보니 20년이 됐네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 거예요. 돌이켜 보면 너무 젊을 때 성공하지 않았던 것이 행복인 것 같아요. 행보가 조금 더디고 느릿할지라도 꾸준히 조금씩 나아진다면, 그게 행복이죠.”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