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소소한 ‘검사내전’ 펼쳐지는 진영지청으로 오세요

[볼까말까] 소소한 ‘검사내전’ 펼쳐지는 진영지청으로 오세요

소소한 ‘검사내전’ 펼쳐지는 진영지청으로 오세요

기사승인 2019-12-17 16:11:59

어업과 문화의 도시 진영에 위치한 진영지청엔 두 가지 기록이 있다. 첫 번째는 검찰총장이 지방 순시 때 깜빡 잊고 들리지 않은 유일한 지청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3년 연속 깜빡이니 어떠한 의미에서는 대기록이다. 검사 수는 지청장을 포함해 총 열두 명. 소박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이곳은 JTBC 새 월화극 ‘검사내전’의 배경이다.

검사는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는 직업이다. 미디어 속 검사는 극단적으로 화려하다. 권력의 시녀 더 나아가 거악으로 존재하거나, 정의의 사도로 악을 처단한다. 그렇다면 조용했던 진영지청에도 무시무시한 사건이 발생하는 걸까.

지난 16일 출발한 ‘검사내전’은 첫 장면부터 사건이 발생하기는 한다. 하지만 여타 드라마에서 봐왔던 권력형 비리 등과는 거리가 멀다.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10년 차 검사인 이선웅(이선균)은 낚시금지구역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다가 단속을 나온 경찰 때문에 곤경에 처한다. 이선웅은 바닥에 웅크려 바위인 척해보지만, 경찰에 붙잡히고 그와 함께 낚시를 하던 지청장 김인주(정재성)는 바다에 뛰어들어 2㎞가 넘는 거리를 헤엄친다. 

지청에 이 사건이 알려지며 비장한 사과와 약간의 처세로 자신에게 쏟아진 비난을 정리한 이선웅은 곧 자신이 속한 형사2부 사람들과 장어탕집에서 땀을 흘리며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지청에 떠도는 귀신 이야기를 떠든다. 

드라마의 포문을 연 이 사건은 지금껏 검사가 등장했던 드라마와 ‘검사내전’이 어떻게 다른가를 선언한다. 검사를 손에 닿지 않는 극적 존재가 아닌, 생활형 직장인으로 묘사하길 선택한 것이다. 현직 검사가 쓴 동명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 덕분이다.

진영지청의 두 번째 기록은 309호에 들어오는 검사마다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지청을 떠나는 것이다. 이 기록은 이선웅이 전한 귀신 괴담과 맞닿아 있다. 기록적으로 사람이 나가다 보니 지청에는 몇 해 전 실종된 아이의 원한 때문이라는 소문까지 돈다. 부장검사인 조민호(이성재)는 새 직원을 붙잡고자 하는 절박한 심정에 부적까지 써보지만, 사람은 또 떠나간다. 

이 과정에서 검사인 이선웅이 하는 일도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가 맡은 굿값 200만 원을 떼어먹은 무당에 관한 사건은 초반 낚시단속 만큼이나 별것 아닌 일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가까운 일이기도 하다. 선웅은 피해자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관찰한 끝에 숨겨진 내막을 찾는 것에 성공한다. 

‘검사내전’은 첫 편에 소개된 두 기록을 축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검찰총장이 잊을 만큼 작은 지청에서 생활감 있게 생활하며 사건을 풀어나가는 사람들과 의문의 309호에 새 사람이 들어오며 생기는 일들을 다룰 전망이다. 이선균의 내레이션으로 소개된 진영지청 사람들은 짧은 등장에도 입체적인 성격들을 선보이며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309호의 새 주인으로 이선웅과 앙숙지간이 될 차명주(정려원)의 본격적인 등장도 흥미를 더한다.

■ 볼까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왜 검사는 지나치게 나쁘거나 지나치게 정의롭기만한 걸까 의문을 가졌던 시청자에게 추천한다. ‘청춘시대1·2’를 작업한 박연선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이태곤 PD가 연출을 맡았다. 이들이 만든 검사의 이야기가 궁금한 이들에게도 권한다. 소소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을 그리는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채널 고정. 

■ 말까

현실에 비하면 미디어 속 검사가 판타지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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