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역대 원장들이 연구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보사연은 지난 14일 역대 원장과 부원장, 선임연구위원들을 초청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전 전략 모색-후배가 묻고 선배가 답하다’라는 주제의 간담회를 서울 플라자호텔 오팔룸에서 가졌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오는 2021년 7월 1일 기관 설립 50주년을 맞게 되는 보사연이 그간 대한민국 보건·복지정책 발전 단계에서 한 주요 역할을 평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보사연에 따르면 오전 10시 간담회 시작에 맞춰 회의장에 속속 도착한 역대 원장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제3대 한대우 원장이 등장했을 때는 좌중이 술렁였다. 보사연의 모태인 가족계획연구원 3대 원장(1976.02.21.~1978.11.07.)을 역임한 그는 1932년생으로 올해 88세다. 백발이 성성했지만 포마드를 발라 단정히 빗어 넘겼고, 자세는 꼿꼿했다. 한 전 원장은 “연락을 받고 몇 번을 주저했지만 역대 원장님들을 뵙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며 “(재임 시절을 돌아보면) 미련이 많이 남았는데 이렇게 여러분들을 뵙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제8대 김용문 원장(2005.09.30.~2008.06.05.)은 연구와 관련해 보사연의 당당함을 주문했다. 그는 “보사연은 어느 기관의 산하 단체가 아니다.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여기저기 끌려 다니지 말고 소신 있게 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보사연의 사회공헌도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좋은 보고서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속에서 보사연의 역할도 필요하다”며 “지역사회와 결연을 맺고 공헌하는 일들을 많이 하라”고 했다.
제12대 김상호 원장(2015.06.22.~2017.12.31.)은 “기관의 독립성 강화와 (부처와의) 정책협의는 병립할 수 있다”며 “이런 기조가 연구원 평가에도 긍정적 요소가 된다”고 했다.
좋은 인재들을 모으는데 더 집중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제11대 최병호 원장(2012.05.11.~2015.06.21.)은 “미래를 대비하는 바탕은 인재”라며 “보사연이 인재싸움에서 걸맞게 대응해야 한다. 최고의 인재를 뽑으면 연구원은 저절로 굴러간다”고 강조했다.
제7대 박순일 원장(2002.07.01.~2005.06.30.)은 “바깥에서 듣기에 직원들이 일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며 “세종에 있어 조금 갑갑한 측면이 있을 테지만 즐겁게 일하라”고 격려했다.
50주년을 기념해 추진 중인 ‘보사연 디지털 역사관’ 구축에 대한 기대와 주문도 잇따랐다.
제10대 김용하 원장(2011.09.05.~2012.02.29.)은 “보사연의 역사는 대한민국 복지국가의 역사나 마찬가지”라며 “디지털 역사관이 작게 보면 보사연 역사겠지만 대한민국의 복지국가 역사관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병호 전 원장은 “디지털 역사관이 구축된다면 자료들을 상시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효율적인 역사관이 될 것”이라며 “두툼한 역사책이 아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형태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현 조흥식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보사연은 적어도 사회정책 분야 연구에 있어서는 맏형”이라며 “이 모두가 역대 원장님들과 수많은 직원들의 노고 덕분이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조 원장은 그러면서 “특히 선배 원장님들을 더 일찍 모시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부득이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은 앞으로 한분 한분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전·현직 원장들 외에 안계춘·조남훈(전 부원장), 김승권·조재국·장영식(전 선임연구위원), 서문희 전 연구위원, 정경희 선임연구위원 등이 함께했다. 보사연은 역대 원장 및 원로들과는 연락망을 재정비해 이들을 예우하고 정기적인 모임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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