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기관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합리적 손실보전 필요성이 대두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병원내 감염 우려 및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병원마다 환자의 수가 급감하자 각 병원들의 수익도 20~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대응한 의료인의 노고를 인정, 걸맞는 손실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국 병원 98곳을 대상으로 입원환자 및 외래환자 변화 추세를 확인한 결과 입원 환자 수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1월과 2월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평균 3.68%와 3.49% 줄었다. 지난 달 입원환자 수는 평균 26.44%가 감소했으며, 외래환자 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26.09%가 줄었다.
서울 소재 A병원 관계자는 “지난 달 신도림 콜센터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이후 인근 소재 병원에 가기 꺼린다며 다른 지역구 소재 병원을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신도림과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고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 아닌데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B 대학병원 관계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원환자 수는 30%, 외래환자는 20% 감소했다. 정신과 외래환자는 30%정도 감소한 것 같다”며 “특히 예방적 차원으로 받는 검진 환자가 크게 줄어 지금은 특정일에 받게 하도록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일주일에 2~3번정도”라고 밝혔다.
인천 소재 B 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전체 환자가 20% 줄어든 것 같다. 코로나19 공포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위축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당장 치료가 급한 질환이 아니면 조금 미루거나 받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중소병원급 의료기관, 개원가를 찾는 환자 감소세는 더 뚜렷하다. 병원협회 통계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의 전체 환자 감소율은 16.68%인 반면, 종합병원과 병원급은 각각 27.05%, 34.15% 감소했다. 외래환자 수는 종합병원이 23.31%, 병원급은 46.68%가 줄었다.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성형외과의원 관계자는 “환자수가 크게 줄어 임대료 부담으로 폐업을 하거나 인력감축을 한 곳을 많이 봤다. 성형외과는 물론 치과, 피부과 의원을 찾는 환자가 많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의료계가 상당한 금전적·비금전적 손실을 감수하고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만큼 손실보상의 합리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정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보통계연구실 통계개발연구센터장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데는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인 의료진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그들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의료계의 내상은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의료계가 ‘환자 감소’나 ‘정상적인 진료 활동 불가’ 등의 금전적 손실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확진자로 인한 해당 기관의 이미지 실추’ 등 비금전적 손실도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의료계의 크고 작은 손실은 더 큰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 아산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바이러스는 야금야금 병원 봉쇄망을 뚫고 있고, 의료자원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집중되고 방역 또한 장기화되면서 의료진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사회적 배려와 합의 속에서 의료계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타당한 근거를 쌓는 작업이 촉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전적이든 비금전적이든 혹은 예측 가능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의료계의 손실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노력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돈의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만큼 감염병 대응에 따른 비금전적 손실 보상을 위한 새로운 근거 수립 노력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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