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올해 개막이 취소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현황을 알려주는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7일 기준 미국의 확진자 수는 총 213만4973명이며, 사망자 수는 11만6843명에 달한다. 미국 내에서 여전히 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여전히 늘고 있지만, 미국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프로스포츠를 다시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는 다음달 31일부터 미국 올랜도 디즈니 월드에서 리그를 재개하기로 했다. 또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은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공동 성명을 내고 다음달 10일부터 트레이닝 캠프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7월말에 리그를 재개할 계획이다.
하지만 MLB는 현재까지 리그 개막에 적신호가 들어온 상황이다. 자칫 메이저리그 출범 이후 최초로 시즌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한국 팬들은 올해를 앞두고 무대를 새롭게 옮긴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경기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 선수노조에서 백기… “헛된 일이다”
MLB 사무국은 지난 3월12일 미국 내 코로나19의 확산속도가 거세지자 스프링캠프를 중단했고, 스프링캠프를 중단시키면서 구단과 선수노조는 향후 연봉 지급 방향을 두고 합의했다. 당시 스프링캠프 포함 두달치 연봉으로 30개 구단이 총액 1억7000만 달러만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메이저리그 보장 선수는 28만6500달러씩을 받는다. 남은 연봉은 정규리그 경기 수에 비례해 받기로 합의했다. 경기수의 70%인 113경기를 치르면 70%의 연봉을 받는 셈이다.
하지만 선수노조와 사무국-구단주 측은 경기 수와 연봉 규모를 두고 입장을 바꿔가며 계속 협상을 이어갔다.
사무국·구단주는 지난달 12일에 7월 개막론을 채택하면서 팀당 정규리그 경기 수를 기존 162회에서 최대한 줄이고 선수와 수입을 50대 50으로 분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이후로 수시로 변경된 경기 수와 분할 비율을 선수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선수노조는 지난 13일 사무국으로부터 ‘팀당 72경기씩을 치르고, 이에 비례한 연봉의 최대 80%를 지급’ 방안이 제시되자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선수노조는 ‘경기 수에 비례한 연봉 100% 지급’을 요구해 왔다.
먼저 백기를 든 곳은 선수노조였다. 토니 클라프 MLB 선수노조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성명문을 내고 “사무국과 추가 논의는 헛된 일로 생각된다. 이제 일할 시간이다. 우리에게 언제, 어디로 돌아가면 되는지 알려 달라”고 밝혔다. 협상 진전이 보이지 않자 돈을 조금이라도 받기 위해 사무국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 갑자기 말 바꾼 커미셔너 “개막 장담 못해”
MLB 구단주들은 커미셔너 직권으로 그간 MLB 사무국을 통해 주장해 온 팀당 48~50경기의 시즌 진행 여부를 결정하게 됐다. 다만 선수노조는 올해 메이저리그가 50경기 안팎의 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결정돼도 이에 따른 연봉 피해가 없도록 연봉 중재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구단주들이 2020시즌 개막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불운하게도 시즌이 100% 열린다고 말할 수 없다”며 “선수노조와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 이상 2020시즌 개막 여부를 자신할 수 없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앞서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노사 협상과 관계없이 2020시즌 개막을 100% 장담했다. 하지만 선수노조를 탓하면서 개막 취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선수노조는 성명을 통해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100% 시즌이 열린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시즌 취소로 협박하고 있다”며 “이번 위협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시작부터 우리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었음을 알려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말했다. 선수들 중 일부는 “역겹다”는 표현을 쓰며 반발심을 드러냈다.
▲ 일부 구단들도 개막 반대 의사 보여
미국 방송사 스포츠넷뉴욕(SNY)에서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는 앤디 마르티노 기자는 17일 트위터에 “구단주 6명이 시즌 개막을 바라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개막을 원하지 않는 구단주가 더 늘기 전에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래틱도 한 선수 에이전트의 말을 인용해 개막을 원하지 않는 구단주가 8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시즌이 열리지 않으면 선수들에게 연봉을 주지 않아도 되기에 차라리 올해 빅리그를 개최하지 말자고 생각하는 구단주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개막을 선언하려면 올해 정규리그 개막 연기에 따른 재난 보조금 성격의 선급금 지급, 자유계약선수(FA) 취득에 필요한 등록일 수 등에서 구단과 선수노조의 동의를 받아야한다.
시즌 개막안을 준비한 뒤 구단주 총회에서 75%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30개 구단 중 23명이 시즌 개막안을 지지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도대로라면 시즌 개막을 원하지 않는 구단주가 8명 이상일 경우 개막 준비에 차질이 생긴다. MLB의 7월 개막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가운데, 이제 개막 여부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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