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초반 부진, 어떻게 봐야 할까

류현진의 초반 부진, 어떻게 봐야 할까

기사승인 2020-07-31 10:50:09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31일(한국시간)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맞대결에서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류현진이 2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했다. 류현진이 2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건 LA다저스 시절인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여 만이다.

류현진은 3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2020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4.1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9안타 5실점했다. 앞서 시즌 개막전이었던 25일 4.2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던 류현진은 절치부심한 두 번째 등판에서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워싱턴전 통산 5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1.35로 맹활약했기에 충격이 더 컸다.

눈에 띄게 떨어진 구속이 문제였다. 예로부터 류현진은 구속에 따라 투구 내용이 달랐다. 최고 구속이 93마일(약 150km)에 달하는 날에는 타자와의 맞대결에서 우위를 가져갔지만, 평균 구속이 90마일 아래를 밑돌 때에는 여지없이 난타당하는 그림이 펼쳐졌다. 

류현진의 이날 최고 구속은 90.7마일(약 146km)에 그쳤다. 90마일(약 144km)을 넘긴 공은 고작 4개에 불과했다. 평균 포심 구속은 88.9마일(약 143km)로 지난 시즌 포심 평균 구속보다 1.8마일 느렸다. 힘없는 패스트볼로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하긴 역부족이었다.

스스로도 패스트볼에 자신이 없었던지, 류현진은 이날 변화구 일변도의 투구를 펼쳤다. 총 93개의 투구 중 포심은 29개에 불과했다. 변화구 비율이 70%에 가까웠다. 하지만 류현진이 자랑하는 체인지업도, 지난 시즌 ‘효자 구종’이었던 커터도 먹히지 않았다. 헛스윙을 유도한 공은 이날 8개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류현진의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한다. 류현진은 팔꿈치, 어깨 등 부상 경력이 많은 선수다. 현지 언론은 지난해 류현진이 사이영급 활약을 펼쳤음에도, 그가 ‘인저리 프론(유리몸)’임을 지적하며 대형 FA 계약에 의구심을 품은 바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시즌 준비 부족이 부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더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메이저리그도 멈췄다.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에서 시범경기를 준비하던 류현진은 단체 훈련을 중단한 뒤 고립된 상태로 개인 훈련을 이어갔다. 머물 곳도 마땅치 않아 다저스 시절 동료인 러셀 마틴에게 제공 받은 집에서 생활했다. 정신없는 과정 속에서 아내의 출산도 겪었다. 국경이 폐쇄돼 평가전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개막을 맞이했다.

초유의 사태에 류현진과 같은 30대 베테랑 에이스 투수들은 상당수가 부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저스틴 벌랜더(37·팔꿈치), LA 다저스의 클레이턴 커쇼(32·허리), 워싱턴 내셔널스의 스트라스버그(32·손목 신경), 텍사스 레인저스의 코리 클루버(34·어깨 근육)는 개막전을 전후로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밖에도 많은 투수들이 구속 저하, 제구력 난조 등에 시달리고 있다. 훈련 루틴과 시즌 준비 과정이 모두 깨진 탓에 몸 상태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류현진 역시 이날 경기 종료 후 MLB닷컴 등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중 구속 저하를 느꼈다”면서도 “몸 상태는 이상이 없다. 경기 준비 과정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곧 정상적인 투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 준비가 부족했던 점을 시인한 셈이다. 

올 시즌은 정규시즌이 60경기에 불과한 초미니 시즌이다. 1선발이자 에이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류현진으로선 빠르게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한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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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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