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공매도 재개를 약 한 달여 앞두고 한국거래소가 개최한 공매도 토론회에서 뜨거운 공방전이 벌어졌다. 공매도의 효과와 금지 조치 연장 여부를 두고 찬반이 팽팽히 나뉜 가운데, 개인에게 불리한 공매도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거래소는 13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공매도의 시장 영향 및 바람직한 규제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에는 안희준 한국증권학회장이 토론회의 사회를 맡고, 이동엽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았다. 토론 패널에는 학계와 금융투자업계, 투자자 등 다양한 구성원이 참석했다. 고은아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상무,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등 6명이다.
공매도 재개를 약 한 달여 남기고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찬반이 팽팽한 공방이 벌어졌다. 공매도 재개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금지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 이탈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증시가 저평가될 것을 우려했다.
외국계 투자회사를 대변해 참석한 크레디트스위스증권 고은아 상무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서 외국인 투자자 매매 미중이 확연히 줄었다. 투자 제한이 덜한 다른 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매도 금지가 더 길어지면 이런 경향이 심화될 것"이라며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등 지수 산출기관이 한국 지수 비중을 낮출 수 있는 점도 우려된다. 비중이 줄어들면 국내증시, 외환시장에 큰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상무는 앞서 MSCI가 공매도를 금지했던 터키에 평가 단계 강등을 경고했고, 터키가 즉시 공매도 금지를 해제한 점을 사례로 들었다.
공매도의 시장 영향에 대해 쏟아지는 갑론을박의 근거를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공매도의 순기능, 역기능 모두 실증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는 주장이다.
명지대 경제학과 빈기범 교수는 "공매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별다른 근거가 없다. 실증적인 추정이 어렵고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 때문에 손실을 봤다는 것도 객관적 근거가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 중에서도 공매도로 손실을 본 경우가 있다. 외국인만 돈을 번다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 공매도는 바로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매도 재개 반대 측에서는 증시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공매도가 다시 허용되면 주가가 하락하고, 증시 자금이 이탈할 것을 우려했다. 또 외국인과 기관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는 점도 거론했다.
한성대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외국인들은 오히려 공매도 금지와 상관없이 여전히 국내 투자를 하고 있다. 공매도 금지 기간인데도 지난달 말에 14억5000달러가 들어왔다"며 "우리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마치 현금인출기가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늘어난 유동성을 가지고 개인들이 국내 기업 주식을 사고 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부동산이 또 들썩이거나, 해외로 돈이 빠져나갈 것이다. 오는 2020년까지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고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투자자를 대표해 참석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공매도가 기관과 외국인에게 유리한 시장이라고 성토했다.
정 대표는 "선진국에서 공매도를 허용한다고 우리도 따라가야 하나. 주요국가 증시 급등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공매도로 인해) 13년째 박스피를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매도로 외국인과 기관만 벌었다. 개인의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공매도 금지를 1년 더 연장해달라. 재개할 경우 상승세인 증시가 다시 박스권으로 돌아설 수 있다. 공매도 금지기간 동안 무차입 공매도를 수사하고 자본시장 건강을 다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매도의 효과와 금지조치 연장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히 나뉜 가운데, 공통적인 의견도 있었다. 공매도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은 "접근성 개선이 중요하다. 공매도도 개인투자자들이 활발히 이용할 수 있게 설계를 제대로 해야 한다. 공매도 불만이 많은데, 그 불만의 근원적인 부분 살펴보면 기회의 균등성 확보되지 않은 점이 크다"며 "개인은 신용 때문에 빌려올 수 있는 데가 없다. 실질적으로 공매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시장에서 이거 방치하면 개인투자자는 계속 공매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중앙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덧붙이자면 공매도 관련 비판은 대부분 공매도를 악용하는 불공정 거래에서 기인한다. 이건 처벌을 강화하면 될 문제다. 현재 처벌이 매우 느슨해 불법 억제가 어렵다. 금융당국에서 불공정 행위 주체를 색출하고, 더 강력히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공매도 관련 여론 조사도 공개됐다. 여론은 공매도 금지기간을 연장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공매도 제도 존속 여부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3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공매도 금지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이 25.6%로 그 뒤를 이었으며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은 15.7%에 그쳤다.
특히 주식시장에 관심이 높다고 답한 투자자 중에서는 '공매도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49.1%에 달했고, 주식시장 투자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에서도 45.9%가 폐지를 찬성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지난 3월16일부터 오는 9월15일까지 6개월간 모든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같은 금지 조치는 내달 15일까지다. 금융위는 이날 토론회 결과를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연장 등에 참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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