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동 시대에 사는 평범한 한 여자의 성장담이라는 관점에서 내가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 할 수 있어서 기쁘기도 했고요.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최근 서면으로 만난 배우 엄지원은 tvN 월화극 ‘산후조리원’ 종영 소감에 관해 이처럼 말문을 열었다.
엄지원은 ‘산후조리원’에서 늦깎이 워킹맘 오현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오현진은 회사에선 최연소 임원이지만, 조리원에서는 최고령 산모인 인물. 엄지원은 이 역할을 통해 하루 아침에 엄마가 돼 많은 것이 뒤바뀐 현실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덕분에 ‘산후조리원’은 비슷한 처지의 시청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로 평가됐다. 그는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으로 “진짜 산모 같았다” “출산했을 때가 생각난다” 등 실제 경험을 떠오르게 했다는 댓글을 꼽았다.
“바로 내 옆에 그리고 내 삶 속에 있는 이야기지만,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친근하게 느끼신 것 같아요. “저거 내 이야기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좋아해주지 않으셨나 생각이 들고요. 촬영하면서 출산이나 육아에 경험이 없으신 분들도 좋아해 주실까 우려도 있었지만, 특히 실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사하게도 많이 사랑해 주셔서 기뻤어요.”
‘산후조리원’은 출산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여성의 감정 변화, 모성애 등을 기존 미디어와 다른 방법으로 다뤘다. 그간 미디어가 출산과 육아를 그저 아름답고 신성한 것으로만 치부했다면, 이 작품은 현실적인 시선으로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엄지원은 어떤 매력에 이끌려,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 ‘산후조리원’에 출연을 결심했을까.
“대본을 읽었을 때 너무 재미있었어요. 조리원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 한정된 사람들이 드라마틱한 감정들을 겪어내는 게 마음에 들었고, 출산을 통해 한 순간에 최연소 상무에서 최고령 산모로 사회적 위치가 확 변하는 설정이 좋았죠. 그 중 가장 좋았던 건 시의성을 가지며 코미디적 요소를 담고 있는 작품들을 하고 싶었는데,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더욱 끌렸어요. 또 1부 저승사자 장면을 읽고 욕심이 났어요. 아이를 낳다가 생사의 경계에 놓이지만 불굴의 의지로 돌아오는 모습이 캐릭터를 너무 잘 보여주는 것 같았거든요. 내게 “이렇게 만들어보면 좋겠다” 키를 쥐어 줬던 장면이었죠. 이를 통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기기도 했어요.”
저승사자 장면을 시작으로 다양한 패러디가 작품에 담겼다. 아울러 감동적인 대사와 상황도 여럿이었다. 한 작품에서 코미디와 휴먼드라마, 스릴러를 오가는 이번 작업이 어렵지는 않았을까. 이에 관해 엄지원은 “집, 회사, 조리원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회상이나 패러디 신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재미있게 쓰여져 있었기 때문에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그안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감이었기 때문에, 내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시청자도 느끼게끔 연기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여성 중심의 서사가 있는 작품에서 진취적인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엄지원은 ‘산후조리원’을 통해 다시 한번 그의 색채와 실력을 보여줬다. 엄지원은 작품 선택 기준에 관해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인가 아닌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면서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을 하면 된다는 생각이 늘 있다”고 말했다.
“여성이 극을 이끌어 나가는 이야기가 생긴 게 정말 몇 년 되지 않았어요. 그 안에서 조금은 다른 거, 주체적인 걸 하려고 노력했죠. 늘 새롭고 재미있는 장르에 대한 갈증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방향이 맞는 작품을 만나면 하려고 해요.”
어느덧 연기자 데뷔 20년차가 된 그는 쉴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이 시간의 원동력으로 재미와 아쉬움을 꼽았다.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의 첫 번째는 재미있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아쉬움이었어요. “어떻게 이렇게잘했지?” “이번에 진짜 잘했다”라는 느낌을 스스로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늘 최선을 다하지만 만족할 만한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온 게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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