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역사문화연구원, 110여년 만에 빛 본 ‘피로 쓴 의병史’

충남역사문화연구원, 110여년 만에 빛 본 ‘피로 쓴 의병史’

- 지난해 ‘숨은 독립운동가 발굴 연구사업’ 추진
- 홍주의병 ‘돌격장’ 남규진 등 3개 군에서 독립운동가 346명 찾아

기사승인 2021-01-05 22:57:46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숨은 독립운동가 발굴 연구사업을 통해 예산·서천·부여 등 3개 군에서 남규진 선생과 같은 미 서훈 독립운동가 346명을 찾아냈다.

[홍성=쿠키뉴스] 한상욱 기자 = 충남 예산군 예산읍 창리 출신인 남규진(南奎振)은 43세 때인 1906년 2월 의병장 곽한일과 함께 ‘칼을 들고’ 면암 최익현을 찾아간다.

면암은 1905년 을사늑약 체결에 반발하며 고희를 넘긴 나이에 의병장을 맡아 전북 태인에서의 거병을 앞두고 있었다.

면암은 남규진과 곽한일에게 “호서(충청)에서 군사를 일으켜 영호남과 함께 ‘기각(掎角)’의 형세를 만들자”고 말한다.

면암의 말에 따라 남규진과 곽한일 등은 의병을 모은 뒤, 같은 해 5월 29일 의병장 민종식을 비롯한 의병대가 점령해 일본군과 대치하고 있던 홍주성에 진군, 홍주의병에 합류한다.

하지만 홍주의병은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을 당해낼 수 없었고, 일제에 붙잡힌 남규진은 무기징역형을 받는다.

남규진은 이식·유준근·안항식·이상두·최상집·신보균·신현두·문석환 등 다른 홍주의병과 대마도로 이송돼 구금되고, 뒤늦게 대마도로 압송된 면암과 단식투쟁을 함께 벌이기도 한다.

정부는 한말 의병의 공훈을 기리기 위해 면암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민종식은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곽한일·이식·유준근·안항식·신보균·문석환 등에게는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그러나 면암 등과 피로 항일 의병사를 쓴 남규진은 서훈을 받지 못하며 잊혀져갔다.

그런 남규진 선생의 공적이 110여년 만에 빛을 봤다.

지난해 충남역사문화연구원(원장 박병희)이 추진한 ‘충남의 숨은 독립운동가 발굴 연구사업’을 통해서다.

5일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 따르면, 그동안 독립유공자 신청은 직계 자손이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자손이 없는 독립운동가는 서훈 신청 방법이 전무했다.

정부는 지난해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서훈 신청 조건을 완화했다.

일제 때 단 하루라도 수형 기록이 있으면, 지자체장 명의로 서훈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여건 변화에 발맞춰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도내 독립운동사 재조명을 통한 도민 자긍심 제고와 드러나지 않은 독립운동가를 찾아 서훈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한 해 동안 연구사업을 펼쳤다.

연구사업은 △자료 수집 및 조사·분석 △미 서훈 독립운동가 선별 및 목록 작성 △선별 인물 관련 일제강점기 자료 확보 및 연구 △자료 정리·분석 및 공적조서 작성 등의 순으로 진행했다.

남규진 선생의 경우, 고종실록과 면암집, 의병장 문석환의 ‘마도일기’, 의병장 민종식과 곽한일, 신보균 등의 공훈록, 국사편찬위원회와 각종 연구 등을 통해 공훈을 확인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숨은 독립운동가 발굴 연구사업을 통해 예산·서천·부여 등 3개 군에서 남규진 선생과 같은 미 서훈 독립운동가 346명을 찾아냈다.

예산에서 140명을 발굴하고, 이 중 87명에 대해서는 공적조서를 작성했다.

또 제적등본이 확인된 40명에 대해선 서훈까지 신청하고, 최종 30명이 심사 대상에 올랐다.

부여에서는 163명을 찾아 92명에 대해, 서천에서는 43명 중 21명에 대해 공적조서 작성을 마쳤다.

이들 두 군 미 서훈 독립유공자에 대한 서훈은 조만간 신청할 예정이다.

박병희 원장은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지난해 초부터 ‘충남의 독립운동사 재조명’ 사업의 일환으로 연구사업을 추진, 독립운동사에서 충남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후손에 대한 예우를 다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라며 “앞으로 연구사업을 충남 전역으로 확대해 ‘독립운동가를 빛내고 선양하는 충남’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의 숨은 독립운동가 발굴 연구사업은 지난해 ‘도정을 빛낸 10대 시책’에 선정되며,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swh1@kukinews.com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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