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구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참고로 이 친구는 부동산에 관심이 1도 없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최근 언론에서 본 부동산 관련 용어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친구가 말했듯 수많은 부동산 신조어와 풍자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의 발언이 이를 방증한다. 불과 1년 사이 벌어진 일이다. 2~3년 전은 어땠을까. 처음 부동산 기자로 발령받았을 때는 2018년 4월이었다. 당시만 해도 부동산 신조어라고 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동),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수용성(수원·용인·성남), 대대광(대구·대전·광주) 등이었다. 가본적도 없는 지역 이름들을 수십, 수백 번 읽고 쓰면서 학창시절 한국지리 수업을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이때 용어들도 정부의 규제가 만들어낸 신조어였지만, 굳이 따지자면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비판의 말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절망적이면서 한껏 날 선 ‘비난의 말들’이 신조어로 가득하다.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영끌’은 집을 사려는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당연한 필요조건이 됐으며, 이로 인한 절망감은 ‘패닉바잉’(공황구매)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공급하는 호텔에 전세로 사는 사람들을 ‘호텔거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체 누가, 왜 이런 말들을 만들고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계급 불화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깝다.
직접적 대상이 있는 비난의 말들도 존재한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서라도 굽겠다”라고 말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빵뚜아네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프랑스혁명 당시 왕비 마리앙뚜아네트가 굶주림으로 성난 백성들을 향해 “빵이 없으면 브리오슈(프랑스 빵의 한 종류)라도 먹게 하라”고 발언한 것을 풍자한 말이다. 해당 발언은 “아파트는 공사 기간이 많이 걸려 당장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 대신 빌라 등을 확보해 질 좋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미 화가 난 사람들에게는 그 발언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표현으로 들렸으리라.
그렇다. 취재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주택자, 1주택자, 무주택자, 임차인, 임대인, 20대~50대 등은 모두 잔뜩 화가 나있다. 가진 자는 더 갖지 못해서 불행하고, 갖지 못한 자는 가진 자들을 증오하고 있다. 화의 대상은 정부가 되기도 하며, 계급 혹은 세대가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 교수들이 2020년을 한 마디로 표현할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뽑았다고 한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라는 뜻이다. 지난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운 증오의 화살들이 서로를 향해 겨눠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새해가 이제 막 시작됐다. 아무쪼록 올해에는 각자의 불행과 증오의 화살들을 조금씩 거두길 바라본다. ‘집’이란 건축물의 본래 다 같이 잘 살기 위해 탄생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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