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겸 자주 들르는 서울 종로의 모 커피전문점에서 최근 귀를 찢는 듯한 고함 소리를 들었습니다. 놀란 마음에 고개를 좌우로 훑으며 소음의 발원지를 찾기 시작했죠.
정체는 눈가에 눈물이 가득한 매장 직원에게 삿대질하고 있는 건너편 손님이었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해당 손님은 매장 직원에 화가 나 있었습니다. 이유는 커피 한 잔 다 마시기 전까지는 마스크를 못 쓰겠다는 것이었죠. 주문한 커피를 마시지 않는 동안 마스크를 써 달라는 매장 직원에게 해당 손님은 커피 마시는 데 얼마나 걸리겠느냐며 큰 소리를 냈던 것입니다.
최근 유통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방역 지침 지키기가 여전히 복잡하고 어렵다 말합니다. 방역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들른 다수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귀찮다며 방역 지침을 거부하는 고객’을 새로운 복병으로 지목했습니다.
뷰티 제품 판매 직원 A씨의 말입니다. 그는 마스크를 벗고 제품을 시향하는 고객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대다수 고객들은 마스크를 내리지 않고 테스터도 지침에 따라 사용합니다. 다만 마스크를 벗고 제품을 테스트 하는 고객들이 더러 있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습니다.
“잠깐인데 유난 떤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회사 지침인데, 많이 난처하죠.”
식당 종업원 B씨의 말입니다. 그는 명부 작성을 거부하는 손님과의 실랑이가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명부 작성 거부 이유는 대부분 ‘귀찮다는 것’.
“나중에 점검을 받게 되면 불이익을 당하는 건 식당이잖아요. 손님 발길을 잡고 제가 핸드폰 번호 등을 물어가면서 대신 명부를 작성하는 경우가 꽤 많아요. 또 분명 2명, 3명 다른 일행이라고 해 식당 내부로 안내했는데, 서빙하느라 잠깐 한눈을 팔면 5명이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나가시던 한 손님께서 왜 5인 이상 집합금지 지키지 않느냐며 나무라 곤란했던 적도 있어요.”
식당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C씨의 말입니다. “면적 대비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있어요. 이를 준수하기 위해 몇 테이블 자리를 비우고 장사하고 있어요.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식당 밖에 줄을 서기도 하는데, 간혹 기다리시다가 시간이 지나면 빈자리에 앉으면 안되냐고 항의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오는 손님을 막아야 하니 이 또한 애로사항입니다.”
“코로나는 ‘괜찮아’를 좋아합니다” 서울시가 최근 공개한 포스터 문구입니다. 한 순간의 허술함이 코로나19 확산을 야기한다는 일종의 경고입니다. 코로나19는 전 산업군에 타격을 입혔고, 유통 업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카페는 매장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고,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 문을 닫아야 했으니 말입니다.
영업 제한에도 이들이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죽기 살기로 메달려야 하는 생업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도 소상공인 단체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 끝에 서 있다 말합니다.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코로나 도대체 언제 끝나느냐”는 토로와 “방역 경계가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뭐 어떠냐라며 방역에 방심한 ‘나’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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