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율이 50%를 넘어선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는 침묵이 가득했다.
이 후보는 개표율이 절반을 넘어서자 역전을 당했다. 이후 속속들이 모인 민주당 관계자들은 조심스레 개표상황을 지켜봤다. 이 과정에서 관외 사전투표와 아직 열지 않은 투표함에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잠시 소란도 있었다. 개표 방송 도중 윤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보수 계열 평론가인 전원책 변호사가 ‘민주당의 자기 분열’ 등의 발언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조그마한 소리로 “자기만의 생각이지”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아울러 방송에서 대장동이 언급되자 코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10일 2시13분경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민주당 상황실에는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10일 새벽 개표율이 85.68%를 넘어섰고 KBS는 개표방송을 통해 윤 후보의 당선 유력을 예측했다. 개표율 85.68%를 기준으로 윤 후보는 48.64%를 얻었고 이재명 후보는 47.78%에 그쳤다.
윤 후보의 ‘당선 유력’ 메시지가 나오자 민주당 상황실에는 순간 침묵이 흘렀다. 상황실에 모인 의원들은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은 채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개표방송만을 지켜봤다.
이후 이 후보는 사실상 패배를 인정한 듯 2시30분경 자택을 떠나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민주당사로 향했다.
잠시 소동도 있었다. 지지자들이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브리핑룸으로 사용한 당사 2층을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캠프 관계자가 기자회견을 이유로 이들에게 퇴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대다수가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 대통령을 향한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언론이 제대로 한 게 없다” 혹은 “니들이 바닥에 앉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부터 문제야. 어떻게 저런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나”라고 비판하는 지지자도 있었다.
결국 민주당 선대위는 2층이 아닌 회의실로 사용하던 4층으로 자리를 옮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후보는 새벽 4시가 거의 다 돼서야 민주당사 4층에 도착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국민 여러분과 지지자들께 죄송하다”라며 “모든 건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러분과 민주당의 패배가 아니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어 윤 후보를 향해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당선인께서는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주길 바란다”고 말한 뒤 민주당사를 빠져나갔다. ‘위기 극복 총사령관’이 되겠다고 약속했던 이 후보의 쓸쓸한 퇴장이었다.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