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양가 갈등으로 주택 공급이 위축되자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분상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정비사업 이주비 등 정비사업에 들어가는 필수비용을 반영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분양가가 최대 4%까지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21일 제1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분양가 제도 운용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분상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심사제도 개선안으로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규제 완화정책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충분한 주택 공급을 통한 국민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 아래 원활한 공급을 저해하는 규제 등을 질서 있게 합리화하겠다”며 “현장의 개선 요구가 많았던 분양가 상한제와 HUG 고분양가 심사제도 등을 조속히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 분상제 적용 대상인 정비사업장의 분양가를 산정할 때 △세입자 주거 이전비 △영업 손실 보상비 △명도 소송비 △기존 거주자 이주를 위한 금융비(이자) △총회 운영비 등을 일반 분양가에 반영된다. 기존 거주자 이주·명도 등 토지를 확보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적인 비용을 반영키로 한 것이다.
다만 필수비용 반영으로 분양가가 급격히 상승하지 않도록 이주 대출이자는 반영 상한을 두고, 총회 등 필수소요 경비(조합 총회개최비, 대의원회의 개최비, 주민대표회의 개최비 등)는 총사업비의 0.3%를 정액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최근 자잿값 급등 상황을 고려해 기본형 건축비 산정·고시 제도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기본형 건축비는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정기 고시된다. 고시 3개월 뒤 주요 자잿값이 15% 이상 변동되면 재고시할 수 있지만 최근처럼 자잿값이 급등하는 시기에는 ‘3개월·15%’ 기준도 부족하다는 업계의 반응이 있었다.
우선 현재 주요 자재로 선정된 4개 품목(레미콘·철근·PHC 파일·동관)을 공법 변화와 사용 빈도 등을 고려해 5개(레미콘·철근·창호 유리·강화 합판 마루·알루미늄 거푸집)로 개편한다. 건축비 비중 상위 2개 자재(레미콘·철근) 상승률의 합이 15% 이상이거나 비중 하위 3개 자재(유리·마루·거푸집) 상승률의 합이 30% 이상인 경우에는 고시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아도 기본형 건축비를 재산정해 다시 고시하도록 했다.
민간택지 택지비 산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부동산원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택지비 검증위원회’도 신설한다. 그간 부동산원이 단독으로 심사해 ‘깜깜이 심사’ 논란이 제기됐던 만큼 택지비 검증을 투명화해 국민들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도 개선한다. 현행 고분양가 심사 제도는 인근 단지의 시세를 기준으로 삼는데 준공 10년 초과 노후 단지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여기에 ‘자재비 가산제도’를 신설해 자잿값이 급등한 경우 급등분의 일부를 분양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자재비 가산비율은 최신 건축비 상승분에서 최근 3년 평균 건축비 상승분을 뺀 뒤 분양가의 통상 건축비 비율인 40%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분양가가 1.5∼4%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국장은 “분양 예정 단지와 과거 분양 단지 시뮬레이션 결과 1.5~4%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7~8월 기본형 건축비 비정기 고시가 이뤄져 분양가격이 이때부터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