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정경심 사면론’을 언급했지만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강력한 ‘진영 논리’가 꼽혔다. 지역별로 사면에 대한 분위기가 다른 데에 따른 것이다.
앞서 박 전 국정원장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정경심씨는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지난 25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정경심씨 사면에 대한 생각’을 질문한 결과 43.2%가 ‘찬성’을, 47.9%가 ‘반대’를 택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65.7%), 강원(62.5%), 제주(53.8%), 부산·울산·경남(49.8%), 서울(48.9%), 충청(47.8%) 순으로 ‘반대’ 응답률이 ‘찬성’보다 높았다. 인천·경기는 45.4%, 호남은 56.3%가 ‘찬성’으로 답해 ‘반대’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대구와 경북, 그리고 강원 지역은 정경심씨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60%를 넘으며 ‘찬성’ 여론이 절반을 넘은 호남권과 비교됐다.
지역별 여론조사 결과가 확연히 다른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지역 특성이 반영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역별로 지지하는 정당과 이념이 다른 경향이 이번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달랐다. 한 누리꾼은 정경심씨 사면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 대구·경북 지역을 향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가족 입시 비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반대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누리꾼은 “누굴 상대로 여론조사를 했길래 이런(정경심 사면 반대) 결과가 나오는가”라고 꼬집는 댓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결과가 모든 행위를 정파적으로 이해하는 ‘정체성 정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법과 원칙보다 ‘누구의 편’인지 따지는 진영 논리가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2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어떤 여론조사를 해도 문재인 정권 때부터 나타났던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진영 논리에서 여론이 형성되는 틀을 벗어나지 못해 국론이 분열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과 도덕에 의해 (사안을) 판단하는 게 아니고 모든 것이 정파적으로 이해되는 세상”이라며 “소위 말하는 포스트 모더니즘 정치다. 우리 편, 내 편을 나눠 서로 원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경심 교수 사면에 대해서는 “정체성 정치에서 자기 진영을 버리고 상대방 진영을 따르는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며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선 (사면을) 하기가 대단히 껄끄럽다”고 덧붙였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