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제3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연기했다. 전장연 관계자들은 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에서 장애인 권리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발언만 이어갔고 지하철 승하차 시위는 진행하지 않았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5일 오전 삼각지역에서 집회를 열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진정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려면 말로만 복지 정책 운운하면 안 된다”며 “2023년도 정부 예산안은 도저히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예산 근처에도 못 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민에게 욕을 먹어가며 이렇게 (시위를) 하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그런 예산이 만들어질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라며 “장애인 권리가 보장될 때까지 같이 지하철 타며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이날 “기획재정부가 (장애인 권리에 대한) 예산을 짓밟는 것과 (장애인 권리예산을) 반영하지 않는 건 장애인을 대놓고 차별하고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그는 “정부가 (장애인을) 차별하고 배제하니 시민도 똑같이 저희에게 욕설을 퍼붓고 차별하고 배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선전전과 삭발투쟁, 지하철 타는 일을 해야 정부는 저희의 이 외침을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2023년 정부 예산안이 이 모양 이 꼴이니 지하철 탈 수밖에 없다”며 “시민 여러분, 많이 불편하시겠지만 저희의 이 외침에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마지막 발언자로 나섰다. 박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은 기획재정부를 규탄한다”며 “기재부 발표에 의하면 저희는 앞으로 20년을 기다려도 비장애인과 함께 차별받지 않고 이동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한편 이날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수도권 일대에 폭우가 예보됐다. 박 대표는 재난 앞에서 국민과 함께하겠다며 이번 지하철 승하차 시위는 연기하고 추석 연휴 직후인 13일 다시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