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배달이 뜬다…진화하는 배달 시장

로봇 배달이 뜬다…진화하는 배달 시장

기사승인 2022-12-14 07:00:13
‘광교 앨리웨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배송 로봇.   현대차

# 경기도 광교 앨리웨이에 있는 한 식당 앞. 점원이 주문받은 치킨과 과자를 식당 앞에 대기 중인 배달 로봇에 넣었다. 그러자 배달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속도는 사람이 조금 빨리 걷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움직이며,  거리 중간중간에서 마주친 사람과, 골목 한구석에서 튀어나오는 자동차도 피했다. 로봇은 도로 턱을 만나자 한쪽 바퀴를 비스듬히 올리면서 무사히 통과했다. 10분 동안 약 800m를 달린 로봇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배달지에 도착해 물건을 내려뒀다.

배달 로봇이 조만간 우리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배달 로봇이 우리 동네 골목 뿐만 아니라 서비스 로봇이 아파트와 호텔에서 활약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경기 수원시의 주상복합 단지 '광교 앨리웨이'와 화성시 소재 '롤링힐스 호텔'에서 로봇을 활용한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실증사업을 시작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자동차 핵심 기술인 전동화,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배송 서비스 로봇을 개발한 것으로,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2'에서 공개한 플러그 앤 드라이브 모듈(Plug & Drive Module, 이하 PnD 모듈)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 로봇은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PnD 모듈에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돼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화된 경로를 찾아 물건을 배송한다. 장애물 앞에서 멈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회피할 수 있어 기존 서비스 로봇 대비 빠르고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다.

배송 로봇은 구동을 담당하는 하부 드라이빙 유닛인 PnD 모듈 위에 저장 공간 유닛이 결합돼 물건을 보관하고 적재할 수 있다. 상단부에는 용도에 따라 화면을 장착해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선반을 장착해 고객에게 필요한 물건을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광교 앨리웨이에서 시작된 서비스는 고객이 주상복합 단지와 연결된 쇼핑센터에서 주문한 음식을 로봇이 정확한 동호수를 찾아 각 세대 현관 앞까지 배달하는 D2D(Door to Door) 방식으로 작동된다. 배송 로봇은 무선통신으로 공동현관문을 열어 아파트 내부에 진입, 엘리베이터 관제 시스템과 연동해 엘리베이터를 호출한 뒤 주문 세대로 배송한다.

‘롤링힐스 호텔’에서 현대차그룹 배송 로봇이 서비스하는 모습.   현대차

호텔에서 서비스되는 배송 로봇의 경우 투숙객들은 별도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챗봇을 통해 간단한 식음료와 어메니티를 주문할 수 있다. 주문한 물건이나 음식을 로봇이 직접 고객의 방문 앞까지 배달하며 실시간 배송 조회도 가능하다.

배송로봇 개발은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배송 물류 로봇 연구개발 목적으로 체결한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현대차그룹은 실외 배송 로봇 서비스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의 실증 운영을 통해 기술과 서비스를 지속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코엑스몰 내 서빙 로봇 서비스와 실내 로봇배달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내년에는 테헤란로 일대 오피스에도 실내외 로봇배달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배달 로봇에는 아직 한계도 있다. 비나 눈이 오는 야외 환경에선 카메라·라이다 등 센서가 장애물 인식을 제대로 못 할 수 있고, 한국 아파트와 골목에 흔한 계단이나 높은 연석을 넘기도 쉽지 않다. 완벽한 문 앞 로봇 배달이 어려운 이유다.

이런 로봇의 하드웨어 한계를 넘기 위한 시도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 사내 벤처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모빈은 ‘계단을 오르는 배달 로봇’을 개발 중이다. 모빈의 네 바퀴 달린 배달 로봇 개발 연구는 형상이 구부러졌다가 펴지는 특수 고무 바퀴를 달아 계단을 오르고 경사로를 다녀도 물품 적재함이 기울어지지 않고 수평을 유지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장 현동진 상무는 “공용화가 가능한 PnD 모듈을 기반으로 개발된 배송 로봇은 부드러운 회피가 가능한 자율주행이 적용돼 복잡한 환경에서도 더 빠르고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다”며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대형 리조트와 같이 배송 서비스가 필요한 다양한 공간으로 사업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도 "로봇 배달 서비스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문제로 배차가 잘되지 않는 초근 거리 배달이나 주상복합 배달에 활용돼 새로운 주문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 현대차그룹과 우아한형제들의 협력이 배송 서비스 산업 고도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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