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앱을 통해 산책로를 찾던 A씨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옆 어떤 장소에 눈길이 갔습니다. 벚꽃 길로 불리는 여의도 윤중로에 ‘소녀시대숲’과 ‘샤이니숲’이라는 이름이 붙은 장소가 있던 겁니다.
실제로 국회의사당 옆 윤중로에는 걸그룹 소녀시대 이름이 붙은 소녀시대숲, 보이그룹 인피니트·동방신기·샤이니숲이 존재합니다. 2013년 8월 소녀시대의 구성원인 티파니의 팬들이 티파니의 생일을 맞아 725만원을 모아 나무를 심은 것이 발단인데요.
연예인, 스타들의 이름으로 숲을 조성하는 사회적 기업인 트리플래닛은 서울시, 영등포구와 협의해 실제 나무를 심도록 도왔습니다. 이렇게 여의도에는 티파니숲을 시작으로 여러 ‘스타숲’이 만들어졌습니다.
3일 소녀시대숲을 걷고 있는 한 시민은 쿠키뉴스에 “봄에는 많은 사람이 다녀가는 곳이라 연예인 이름이 붙어 있는 건 알고 있었다”며 “팬 문화가 이렇게 건전할 수 있다는 게 사회적으로 장점인 것 같다. 덕분에 여기서 산책을 자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타숲’은 국회 인근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는 보이그룹 신화의 팬들이 만든 신화숲 1호가 있고, 가수 로이킴의 팬들도 같은 곳에 로이킴숲을 조성했습니다.
숲 조성 팬 문화, 우리나라에서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2012년, 걸그룹 2NE1의 팬들은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 망고나무 1300여그루를 심어 ‘2NE1숲’을 만들었습니다. 삭막한 아프리카 땅에 숲을 조성해 사막화를 막는 ‘그린벨트 운동’을 한 거죠.
숲 조성을 도운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는 당시 이러한 팬 문화를 두고 “다른 기부 활동과 달리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숲이 있는 게 매력적”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을 붙여 사회적 공헌 활동을 하려는 팬 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겁니다.
한편 현재 트리플래닛은 스타숲 조성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은데요. 3일 트리플래닛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숲을 조성하고 2~3년이 지난 후의 도시 계획 유지 관리가 어려워져 현재는 스타가 졸업한 모교에 ‘교실숲’을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꾸준히 관리하고 더욱 긍정적인 팬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도시 관리에 대한 제도권의 관심이 높아져야 할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모여 있는 국회의사당 옆 스타숲을 시작으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진다면 이러한 선순환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