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력 쟁탈전을 벌이며 마찰을 빚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5일까지 롯데바이오로직스 측에 내용증명을 총 3건 발송하고 인력 유인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두 회사는 모두 바이오시밀러 위탁개발생산(CDMO)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만큼, 직원이 이직으로 인한 영업비밀 유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사장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부터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경력직원을 대거 채용했다. 지난해 7월부터 가장 최근인 이달 12일까지 IT, 품질, 전략기획, 글로벌 사업개발(BD), 법무 등 전 분야에서 경력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했다. 제약·바이오 기업 유관 직무에서 통상 3~5년의 경력을 조건으로 내걸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업계 주요 기업들이 실무자급 인재 유출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지속됐다.
두 회사 사이의 인력 쟁탈전은 법정 공방으로 비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전 직원 3명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이와 별개로 형사고소 절차도 밟았다. 이들 직원 3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재직 당시 손에 넣은 사업전략, 1~2 공장 설비 도면, mRNA 생산시설 구축 전략, 고객사 확보 전략 등의 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롯데바이오로직스 본사는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처분 신청이 대부분 인용되면서 영업비밀 유출 우려는 일축됐다. 하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 측이 점차 사업 규모를 불리면서 추가적인 시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에 대규모 국내 생산시설 ‘롯데 바이오 캠퍼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송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4공장이 위치한 생산거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셀트리온 등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도 입주해 있다.
한 바이오 CDMO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바이오 사업을 하는 회사 사이에는 인력 이동으로 인한 기밀 유출이 매우 예민한 문제”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1회도 아니고 3차례에 걸쳐 내용증명을 보낸 것을 보면, 상당히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측은 부당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검찰 압수수색 이후 추가적인 조사는 없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 직원들도 별다른 문제 없이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경력직원은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모집해왔으며, 타 기업의 영업비밀을 확보 또는 이용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 인력 쟁탈전이 잠잠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 전문 인력 수급난이 해소되려면 국내 CDMO 업계가 지금보다 더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정적인 인력이 삼성, 롯데, 셀트리온 등 인지도 있는 기업으로 몰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대기업 출신 인재들이 벤처기업으로 이직해 업계를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순환을 기대할 수 있지만, 당장은 인재 유출로 인한 잡음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