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록달록 튤립 산책로 걸어보아요
- 짧은 봄, 튤립 구경도 서둘러야
평년보다 이른 벚꽃이 한 순간에 사라지며 봄꽃의 정취를 마음껏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비록 벚꽃은 졌지만 서울 곳곳에는 다양한 봄꽃들이 피어나 저마다의 자태를 자랑한다.
경쟁하듯 꽃망울을 터트리는 4월 중순. 서울 곳곳이 알록달록 꽃대궐을 이루고 있다. 멀리 봄꽃 명소를 찾지 않아도 도심 속 공원에서 형형색색의 찬란한 봄을 만날 수 있다.
어느새 가지마다 물이 올라 봄 햇살에 반짝이는 연둣빛 신록으로 도심 공원은 그림 같은 풍경을 그려낸다. 목련, 진달래, 매화, 개나리, 벚꽃, 수수꽃다리, 조팝나무가 지난 자리에 튤립, 겹벚꽃, 영산홍, 철쭉, 수선화 등이 군락을 이루며 찬란한 봄날을 선사하고 있다. 녹음방초(綠陰芳草) 우거진 여름이 오기 전 봄기운 듬뿍 받기 위해 시민들은 공원을 찾아 나서고 있다.
벚꽃엔딩 아쉽지만, 튤립이 반긴다.
‘사랑의 고백’, ‘영원한 애정’ 등의 꽃말을 가진 튤립은 욕망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서울 속 작은 유럽’ 양천구 목동 파리공원에는 튤립 3만 송이가 절정을 넘어서고 있다. 에펠탑 모형이 위치한 파리광장 자수화단과 공원 산책로 곳곳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빨간 튤립(아펠둔), 노란 튤립(골든 퍼레이드) 뿐만 아니라 흰색 튤립(하쿤), 빨간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튤립(덴마크) 등 다양한 색상의 튤립이 시민들을 반긴다.
반려견과 함께 산보하는 시민과 봄나들이 나온 인근 유치원 어린이들의 밝은 웃음이 조화를 이루며 모처럼 마스크를 벗고 봄날의 하루를 즐긴다.
성동구 중랑천 용비교에서 살곶이 다리까지 약 1.6km 구간에서도 형형색색의 튤립을 만날 수 있다. 성동구는 이곳에 튤립산책로를 조성했다. 시민들과 인근의 직장인뿐 아니라 성동구청 직원들도 점심시간에 즐겨 찾는 성동의 ‘핫플레이스’다.
지난 1월 꽃의 도시를 선포한 성동구는 주민들이 많이 찾는 중랑천 장평교 하부에 약 4000㎡ 규모의 사계절 꽃 단지를 조성했다. 튤립산책로에서 만난 이순옥(금호동) 씨는 “이곳 튤립이 너무 예뻐서 언니, 동생과 함께 모처럼 봄나들이에 나섰다.”면서 “사진도 많이 찍고 꽃구경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나지막한 도심의 산 서대문구 안산(鞍山) 연희숲속쉼터에도 봄꽃이 만개했다. 안산은 서대문구 중심에 위치한 산으로 도시 생활에 지친 시민들에게 휴식과 힐링의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서대문구가 지난해 가을 미리 심어놓은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의 구근(알뿌리) 17,000개가 노랗게, 붉고, 하얀 빛을 자랑한다.
네덜란드의 상징인 튤립의 원산지는 사실 ‘튀르키예’다. 16세기 후반 유럽 전역으로 퍼졌는데 이색적인 모양이 귀족들 사이에 인기를 끌며 부의 상징이 되었다. 연희숲속쉼터는 평지의 공원에 조성된 꽃밭과는 다른 느낌이다. 계단식으로 조경되어 사진찍기 좋은 배경이 된다.
경마장과 골프장이 있던 자리 약 35만 평의 부지에 약 2,352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뉴욕의 센트럴 파크나 런던의 하이드 파크 등을 본 따 만든 서울숲은 2005년 6월 개장한 서울의 대표적 녹지공간이다. 취재진이 찾은 15일 오후, 봄향기 맡으며 여기서도 찰칵 저기서도 찰칵... 서울숲은 거대한 세트장과 같았다.
지드래곤의 노래 SUPER STAR의 가사 “서울숲 My garden 편하게 놀러 와~”처럼 서울숲은 시민 누구나 잠시 긴장을 풀고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서울시민의 대표적 힐링 공간이다. 입구의 사과꽃이 활짝 핀 곳부터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아와 봄을 즐긴다.
모델과 같은 포즈도 취해보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봄 꽃캉스'를 즐기고 있다. 꽃밭에서 인생사진을 찍기 위해 연인들은 손을 꼭 잡고 꽃길을 걷는다. 과일바구니와 양산, 선글라스, 고서적 등 각종 촬영 소품을 준비해 여기저기서 꽃과 신록을 배경으로 명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분주하다.
색색의 튤립이 만개한 튤립동산에서 만난 김민지(43·성수동) 씨는 “봄볕을 맞으며 비타민 D를 충전하기 위해 나왔다”면서 “올해는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는다.
중국을 비롯해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꽃구경이 한창이다. 여행의 멋을 느끼기에 충분한 서울숲에서 이방인들도 너나없이 자연과 하나가 된다. 꽃과 함께 봄이 익어간다.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