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련 필(Feel) 무렵’ 주제로 4월 말까지
- 천리포수목원, 전 세계 1000여 개 목련 분류군 중 871개 보유
- 축제기간 목련원과 목련산, 에코힐링센터 3곳 추가 개방
- 해양성 기후여서 만개 늦어, 흩날리는 벚꽃도 감상 가능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시인의 노랫가락이 절로 떠오른다. 올해는 벚꽃부터 거의 모든 봄꽃이 전국 동시다발로 1주일 내외에 피고 지면서 봄이 온 듯 지나가고 있다.
벚꽃 보다 먼저 정원을 환하게 밝히며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 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 가수 양희은의 청아한 목소리와 함께 봄날을 밝히는 목련의 향연도 지났다.
벼락처럼 찾아온 봄이 온천지에 꽃대궐을 이루고 있다. 영산홍, 철쭉, 수선화, 튤립의 화사함과 목련의 단아함, 형형색색 봄꽃들이 춤추며 맞은 봄날이 깊어간다. 서울을 비롯 대부분의 지역에선 봄꽃과 함께 신록이 찾아오고 있다.
목련(木蓮)은 말 그대로 ‘나무에 핀 연꽃’이다. 순백의 탐스러운 자태는 우아하고 귀족적이다. 아름답지 않은 봄꽃이 어디 있으랴마는 목련의 고고한 기품은 봄의 여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고귀함, 숭고한 정신, 우애 등 목련을 따라다니는 꽃말도 많다. 목련은 꽃송이가 임금이 있는 북쪽을 향해 피어 예로부터 북향화(北向花)라고 불리며 충절을 상징했다. 만개 후 3~4일도 채우지 못하고 절정을 지나 꽃잎을 떨구기 직전의 목련이 순백이 흙색으로 변하면 봄날의 화려함도 어느새 서글픔으로 바뀐다.
‘목련 필(Feel) 무렵’ 목련축제 개최
천리포수목원이 ‘목련 필(Feel) 무렵’을 주제로 2023년 제6회 목련축제를 개최한다. 천리포수목원은 50여 년간 나무가 행복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식물을 가꾸고 수집한 수목원이다. 세계 최다 수종의 목련이 형형색색 아름답게 피어있는 천리포수목원의 목련 주제 봄꽃 축제는 국내에서 천리포수목원이 유일하다.
“이 붉은 색 목련은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지 않나요? 꽃잎이 화산(Volcano)처럼 붉다해서 이름도 불칸(Magnolia ‘Vulcan’)입니다” 라며 “전 세계 1000여 개 목련 분류군 중 871개가 천리포수목원에 있다”는 천리포수목원 김보미 숲 해설사의 설명대로 수목원 곳곳에서 피어난 수백종류의 목련꽃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불칸’ 뿐 아니라 발레리나의 치마처럼 꽃잎이 풍성한 ‘매그스 피루엣’, 하늘을 향해 고개를 빳빳이 든 ‘선라이즈’ 등 저마다 앙증맞은 이름을 달고 있다. 조막만한 것부터 어른 얼굴 크기만 한 것까지 모양도 다르고 색도 다양했다. 천리포수목원의 나무들은 인위적으로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 덕에 나무 하나하나 기골이 장대하고 건장하다.
천리포수목원은 세계 최다 목련 식물 종을 보유한 수목원으로 ‘목련만 871 분류군’을 수집해 국제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천리포 바다와 맞닿은 천리포수목원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내륙보다 목련이 천천히 개화해 4월은 노란색, 붉은색, 흰색으로 다양하게 핀 목련을 감상하기 좋은 시기다.
세계 최다 목련 식물 종을 보유한 천리포수목원은 ‘목련 필(Feel) 무렵’을 주제로 하는 이번 축제는 이달 30일까지 열린다. 탐방객은 목련 꽃이 가득한 수목원에서 치유와 휴식을 얻고 다채로운 목련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축제는 공개지역인 밀러가든과 평상시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교육·연구용 지역인 목련원과 목련산, 에코힐링센터 3곳을 추가 개방해 총 4곳에서 개최된다.
공개지역인 밀러가든에서는 대중에 잘 알려진 백목련, 자목련뿐 아니라 별 모양처럼 꽃잎이 많은 별목련, 꽃송이가 어른 손바닥 크기만 한 목련 등 113 분류군 150그루 이상의 다양한 목련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축제에는 목련 나무마다 QR코드 안내판을 붙여놓아 탐방객이 목련의 매력을 보다 더 쉽게 경험하도록 했다.
또한 민병갈기념관 1층 갤러리에서는 한국화여성작가회 초대전 ‘Art in Bloom’도 진행 중이다. 비공개지역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자율 탐방 형식의 ‘비밀의 정원 트레킹’ 프리미엄 가이드 ‘가드너와 함께 걷는 비밀의 정원’ 2가지다.
가족과 함께 비밀의 정원인 목련원 탐방에 나선 정현호씨(보령)는 “1년에 한 번 목련 축제 기간 중에만 열리는 비밀의 정원을 온 가족이 찾아와 봄의 절정을 함께 할 수 있어 참 기쁘다”면서 “흰목련과 자목련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간 목련과 노란목련, 별모양 목련... 등 다양한 목련나무가 있는 목련원은 말로만 듣던 꽃동산”이라고 말했다.
김건호 천리포수목원장(59)은 “천리포수목원은 10여 년간 목련속 식물 위탁사업을 수행하며 다양한 분류군의 목련을 수집하고 있다. 국내·외 목련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교류해 목련속 식물에 더욱 특화된 세계적인 수목원으로 발돋움하게 됐다”며 “목련속 식물의 보급과 확산을 위하여 천리포수목원은 지역주민, 마을회관, 면사무소, 태안교육지원청, 학교 등에 139주의 목련을 보급하였고 앞으로도 꾸준히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목련원과 목련산은 축제 기간 30명씩 4차례, 하루 최대 120명 만 출입할 수 있어 인터넷 예약이 필수다.
태안=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