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을 받지 못하면 저의 가치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어요.”
16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2023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스위스 스테이지에 진출한 선수들과 취재진이 인터뷰하는 ‘스위스 애셋 데이’가 진행됐다. 쿠키뉴스와 만난 프나틱의 원거리 딜러 ‘노아’ 오현택은 “이번 대회에서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다”며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와 포부를 전했다.
2021년 KT 롤스터에서 LoL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오현택은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약체로 평가받던 KT에서 재능을 뽐내면서 많은 이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팀에 ‘에이밍’ 김하람이 주전 원거리 딜러로 영입되면서 오현택은 2군 팀인 챌린저스 팀으로 내려갔다.
올해를 앞두고 KT를 떠난 오현택은 봄에 폴란드 리그의 제로 테너시티에서 뛰다가 ‘2023 LoL EMEA 서머’ 시즌을 앞두고 유럽의 대표적인 명문 구단인 프나틱으로 이적했다.
오현택은 “내가 폴란드에 있을 당시 잘해서 프나틱으로 이적을 한 건 아니었다. LoL 유럽 지역에서 솔로 랭크를 3달 중에 2달 넘게 1등을 유지했다. 또 개인 방송을 최대한 영어로 진행했다”라면서 “영어로 소통하는 점을 프나틱이 높게 산 것 같다. 서머 시즌을 앞두고 프나틱에서 연락이 와서 이적을 하게 됐다”고 이적 배경을 밝혔다.
오현택의 서머 시즌은 성과가 있었다. 윈터 시즌 9위, 스프링 시즌 6위에 그쳤던 프나틱은 오현택을 앞세워 서머 시즌에 정규리그 2위에 올라섰고, 파이널 시즌에 최종 준우승을 차지, LEC 2시드로 롤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오현택은 “해외 생활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프나틱에 가기 전부터 최대한 영어를 계속 배우려고 노력했다”라면서 “덕분인지 게임을 하는 도중에는 의사 소통에 큰 문제는 없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또 팀이 좋아지는 데 있어서 내 성격도 한 몫 한 것 같다. 사실 내가 조용한 것을 못 참는 성격이다.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정글러 ‘라족’ 이반 마르틴과 노력했다. 서로 간의 연습도 잘 되다보니 신뢰도 생기면서 팀의 성적이 조금씩 오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과 한국의 “유럽은 분위기가 한국과 다르다. 유럽은 숙소와 연습실이 분리가 돼있다. 그래서 이제 스크림이 끝나면 집에 가는 선수들도 있다. 스크림 시간도 한국과는 다르다. 잘 적응하면서 좋은 성적이 난 것 같다”고 전했다.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오현택은 ‘2023 LEC 파이널 시즌’을 준우승으로 마친 뒤 곧장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면서 솔로 랭크로 감각을 끌어올렸다. 프나틱의 나머지 팀원들은 지난 1일에 한국에 입국해 인사동에서 부트캠프에 합류했다.
그들의 스위스 스테이지 상대는 중국 LoL 프로리그(LPL)의 리닝 게이밍(LNG)이다. LNG는 LPL에서 3시드로 롤드컵 무대를 밟았다. ‘타잔’ 이승용과 ‘스카웃’ 이예찬 등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팀이다.
하지만 오현택은 겁을 먹지 않았다. 오현택은 “롤드컵 준비 기간 동안 스크림이 굉장히 잘 되고 있다. 동양 팀들과 스크림을 할 때 걱정했던 게 라인전이다. 상대했던 팀들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라인전 승리가 70% 가까이 된다”라면서 “라인전 단계가 잘 되고 있는 만큼, 모든 팀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해했다.
그는 “LNG로 상대가 결정이 됐을 때 선수들이 겁을 먹지 않고 ‘재밌겠다’는 말을 했다”라면서 “우리가 무조건 이긴다고 장담은 못하지만 최근에 동양 팀들과 스크림의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만큼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어느덧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지 3년째를 맞은 오현택, 그는 이번 대회에서 ‘증명과 인정’을 받고 싶다고 피력했다. 그는 “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롤드컵에 진출한 것도 좋지만, 이 대회에서 나를 인정받고 싶다. ‘노아’라는 선수가 이전에 비해 발전했다는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롤드컵은 나에게 있어 인정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대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의 나는 감정적인 플레이를 많이 하던 선수였다. 생각 없이 플레이를 많이 했다. 피지컬로만 싸움만 하고, 분위기에 휩쓸리는 선수였다”라면서 “그때 장점이라면 상대의 실수를 캐치하는 것 뿐이었다. 과거의 안 좋은 버릇들을 지금은 많이 개선하고, 아직도 노력 중이다. 지금의 나는 과거와 비교해 확실히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게임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내 존재의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 KT에 있을 때 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 또 유럽팀들이 동양 지역에 비해 약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걸 바꾸고 싶다. 나를 비롯한 선수들 모두가 마찬가지다”고 힘줘 말했다.
오현택은 이번 대회에서 만나고 싶은 상대에 대해 “구단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만나고 싶은 선수는 LPL 징동 게이밍의 ‘룰러’ 박재혁이고, 상대하고 싶은 팀은 KT다. 친정팀이다 보니 KT랑 상대한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고 답했다.
끝으로 그는 “나의 첫 롤드컵이자 이 멤버들과 함께 나가는 첫 국제대회다. 우리가 연습하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해 나의 실력을 보여주겠다. 팀의 서포터 ‘트림비’ 아드리안 트리부스와 함께 바텀 라인을 잘 해보겠다”고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