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생존 팀 T1이 결승 무대 진출에 도전한다.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4강전이 열린다. 11일에는 중국 LoL 프로리그(LPL)의 웨이보 게이밍과 빌리빌리 게이밍이 격돌하며, 12일에는 T1과 징동 게이밍이 맞붙는다.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T1과 징동 맞대결은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린다.
T1은 지난해 월즈 4강에서 징동과 만난 적이 있는 데 당시에는 세트 스코어 3대 1로 승리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와 비교해 멤버가 크게 바뀐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반면 올해 MSI에서는 브래킷 스테이지 상위권 결승전에서 징동이 T1을 3대 2로 꺾었다.
T1은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남은 LCK 팀이다. 앞서 LCK 4시드인 디플러스 기아가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탈락하고, 1시드 젠지e스포츠와 3시드 KT 롤스터는 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T1을 제외하면 중국 LPL 3팀이 4강 무대에 올라와 있다. 많은 한국 팬들이 T1에게 거는 기대도 상당히 크다.
T1은 토너먼트를 치르면서 강팀의 면모를 되찾고 있다. 특히 8강전에서 중국 LPL 3시드 리닝 게이밍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3대 0 압승을 거뒀다. 경기가 열리기 전에는 백중세가 예상됐지만, 한 수 위 실력을 뽐내며 4강에 진출했다.
T1은 리닝을 상대로 밴픽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상대 주력 픽들을 빠르게 밴으로 돌리면서 강점을 봉쇄한 이후에는 바텀 라인전에 힘을 실어주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세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리닝의 허를 찔렀다.
T1은 그 어느 때 보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2022년부터 지금 멤버가 유지되면서 꾸준히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우승 트로피와 연이 멀었다. ‘2022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에는 국내 무대와 국제 무대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특히 5번의 결승전에서 모두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특히 T1은 올해가 끝나면 ‘제우스’ 최우제,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과 계약이 종료된다. 세 선수가 무조건 팀을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남는다는 보장도 없는 만큼, 반드시 이번 월즈 무대에선 우승하겠다는 열망이 강하다.
T1이 상대하는 징동은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년 LPL 스프링과 서머를 모두 제패했고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도 정상에 오르면서 올해 열린 자국 대회와 국제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월즈까지 우승할 경우 LoL e스포츠로는 최초로 ‘캘린더 그랜드 슬램(한 해 전 대회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이번 월즈에서는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3승 0패를 기록해 가장 먼저 8강 진출에 성공했고, 8강전에서는 KT를 상대로 3대 1로 승리를 거둬 4강 무대를 밟았다.
징동에는 한국인 선수 정글러 ‘카나비’ 서진혁과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이 팀을 이끌고 있다. 두 선수는 지난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LoL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주역이다. T1에는 최우제, ‘페이커’ 이상혁, 류민석 등 3명의 금메달리스트가 있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된 셈이다.
징동에는 두 선수 외에도 미드라이너 ‘나이트’ 줘딩도 경계 대상이다. 중국 최고의 미드라이너로 꼽히는 줘딩은 라인전이 준수할 뿐만 아니라 다른 라인에 빠른 로밍으로 힘을 실어주는 유형이다.
그 어느 때 보다 부담이 심한 T1이지만 기분 좋은 징크스도 있다.
먼저 T1은 역대 월즈 무대 다전제(5전 3선승제) 경기에서는 단 한 차례도 중국 팀에 진 적이 없다. T1이 SKT T1 시절 처음 참가한 2013 월즈부터 지난해까지 총 6번을 만나 모두 승리했다.
또한 T1을 대표하는 선수인 이상혁과 징동 박재혁의 인연도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선수는 큰 무대에서 자주 격돌한 바 있는데, 다전제 경기에서는 이상혁이 6승 4패로 앞서고 있다. 게다가 LCK에서 치른 정규리그 결과까지 포함했을 때는 세트 기준 99전 56승 43패로 이상혁이 더욱 많이 이겼다.
T1과 징동의 5전제 1세트는 두 선수가 100번째 만나는 경기이며 결승전 티켓의 향배를 정하는 중요한 매치업이 될 전망이다.
한편 4강전 1세트 진영 선택은 코인 토스를 승리한 징동에게 주어졌는데, 징동은 레드 진영을 선택했다. 이번 월즈 승률은 블루 진영이 58.2%로, 레드 진영(41.8%)보다 높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