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맛이 세계로 통한다”…지구촌 강타한 대박 상품들 [식음료 백년대계③]

“한국의 맛이 세계로 통한다”…지구촌 강타한 대박 상품들 [식음료 백년대계③]

대상·삼양식품, K푸드 견인한 ‘한국의 맛’으로 승부수
오리온, 해외에서 통한 ‘우리 스낵’, 구글 본사도 납품
농심·오뚜기·매일유업, 국내 넘어 해외로 간 효자 식품

기사승인 2024-07-29 11:00:03
편집자주
코로나19, 전쟁,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반복되는 경제 위기와 세대교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식음료 유통 기업들은 ‘K푸드’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불굴의 기업 모토로 굴지의 사업을 일군 대표 기업들의 경영 이념부터, 정도(正道)에서 시작된 ‘대박 상품’의 성공 스토리까지, 백년대계를 위한 남다른 땀방울의 역사를 살펴봤습니다.

(왼쪽부터)대상 종가 김치를 활용한 김치요리와 삼양식품 ‘삼양라면’

 ◇K푸드 전성시대’ 견인한 ‘한국 맛’


최초의 국산조미료 미원을 만든 대상은 조미료 사업에 이어 소스와 장류 중심의 ‘청정원’과 김치 전문 ‘종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종합식품사업과 바이오 사업, 전분당 사업 등에서 국내외 식품문화를 선도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상의 집념은 종가의 세계화에도 기여했다. 대상에 따르면 종가 김치의 연간 국산 배추 사용량은 약 7만톤에 달한다. 생육시기별로 품질이 다르고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배추의 특성을 고려해 시기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최고 품질의 배추를 사전 구매해 비축한다는 설명이다. 오랜 기간 동안 배추를 비축할 수 있는 종가 김치만의 저장기술을 개발해 비축량을 확대함으로써 안정적인 수급을 가능케 했다. 배추 외에도 고추·마늘·양파 등 김치에 들어가는 원재료들도 산지 직송을 통해 공급받는다. 대상 종가는 현재 미주와 유럽, 대만과 홍콩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 진출했다. 일본 수출 물량 90%, 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 수출되는 물량 80% 이상을 현지인이 소비하는 등 그 인기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으며, 미주와 유럽 등 서구권에서도 김치를 찾는 현지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 결과 2011년 2조1638억원이던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4조1074억원을 기록했다.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으로 명실상부 ‘라면 명가’로 불리는 삼양라면은 각종 면류와 스낵류, 유제품, 조미소재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갔다. 이 가운데 전 세계 소비자에게 ‘한국의 맛있는 매운맛’을 알리고 있는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창업주 전중윤 회장의 며느리인 김정수 부회장이 ‘한국인들의 매운맛에 대한 열정을 목격한 것으로 시작됐다. 김 부회장은 1년여의 개발 기간 동안 닭 1200마리, 양념 2톤을 투입하며 최상의 매운맛을 연구한 결과 2012년 불닭볶음면이 출시됐다. 불닭볶음면은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파이어 누들 챌린지’ 문화까지 일으켰다. 국경을 뛰어넘어 SNS를 통해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에 도전하고 또 즐기는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불닭볶음면은 출시 10년 만에 누적 매출 2조원을 돌파했고, 한국의 매운맛을 대표하는 K푸드 아이콘이자 문화 콘텐츠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현재진행형으로 다양한 레시피와 챌린지를 만들어 내는 모디슈머 등 능동적 소비자들과 교감하며 발전하고 있다. 이에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2023년 연결기준 매출 1조1929억원, 영업이익 1475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으로 1조 클럽에 가입하는 등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오리온 꼬북칩과 꼬북칩 팝콘

◇해외에서 통한 ‘우리 스낵’ 

스낵 강자 오리온도 스낵, 파이, 비스킷, 젤리 등 전 카테고리가 성장하면서 해외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조9124억원, 영업이익 4924억 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 법인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이어가며 1조700억 원의 매출을 달성,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률은 16%에 달해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독보적인 성과를 이뤘다. 특히 해외에서 우리 스낵이 통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인도, 러시아 등에서 인기를 끌며 이미 글로벌 브랜드가 된 ‘초코파이情’과 풍부한 식감의 ‘꼬북칩’은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오리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꼬북칩의 개발은 2009년 시중에 출시된 바삭한 식감의 두 겹 과자를 보고 ‘네 겹으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고민에서 탄생했다. 스낵을 씹을 때의 식감을 최대한 살려 만든 꼬북칩은 현재 스낵의 본고장 미국의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채널을 비롯해 최근 고성장하고 있는 ‘파이브 빌로우’ 1598개 전 매장 등에도 입점했다. 뿐만 아니라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의 본사 직원 스낵바에도 납품되고 있다. 중국, 베트남, 인도에서는 현지에서 생산과 판매를 하면서 올해 3월 기준 꼬북칩은 글로벌 누적 매출액 4800억원을 돌파했다. 또 실제 과일 모양과 식감까지 구현한 ‘마이구미’ 등의 젤리도 ‘K-스낵’으로 세계 각지에서 시장을 점유하며 글로벌 스낵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농심 스낵류, 오뚜기 카레, 매일유업 소화가잘되는우유

◇‘국내 최고’에 오른 식품

농심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신라면’은 식생활향상을 바라는 마음에서 탄생했다. 농심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맛을 구현한다면, 전 국민이 즐겨먹는 라면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전국에서 재배되는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매운맛 실험을 했고, 국밥 등 국물요리에 주로 넣어 먹는 다진 양념의 조리법을 적용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국물 맛의 신라면을 만들어냈다. 세상에 나온 辛라면은 출시되자 마자 가파른 매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출시 첫해 석 달 동안 30억원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시작으로 이듬해인 1987년에는 180억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올리며 국내 라면시장의 대표주자로 뛰어올랐다. 

라면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의 스낵이자 가장 오래된 과자 ‘새우깡’도 이 같은 정신에서 만들어졌다. 1971년 당시 제과업체들은 비스킷과 캔디, 건빵 등을 주로 생산했고, 지금의 ‘스낵’과 같은 먹거리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농심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스낵을 만든다면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국내 최초로 스낵개발에 도전했다. 이후 1년간 4.5톤 트럭 80여대 분에 이르는 밀가루를 사용하며 연구한 끝에 1971년 새우깡이 탄생했다. 농심에 따르면 새우깡은 출시되자마자 무섭게 팔려 나갔다. 당시 서울 대방동 공장에는 물건을 가져가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트럭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첫해 생산량은 20만6000박스였지만, 그 다음 해는 20배가 넘는 425만 박스가 생산됐다. 이후 감자깡, 고구마깡, 인디안밥, 바나나킥을 줄줄이 내놓으며 라면뿐만 아니라 스낵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며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갖추게 됐다.

국내 ‘카레’와 ‘케첩·마요네스’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잡고 있는 오뚜기는 창립 이래 기본에 충실한 기업 이념과 탄탄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2022 년 ‘매출 3조 클럽’ 에 입성하며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국내 점유율 80%대를 차지하는 ‘오뚜기 카레’는 창립 초기부터 고객의 ‘스위트홈’ 추구라는 가치에서 시작됐다. 오뚜기의 역사와 함께 시작한 최초 제품 ‘카레’에는 온 가족이 함께 따뜻한 온기를 나눈다는 의미가 반영돼 있다. 오뚜기는 당시 주식인 쌀과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인 특성에 적합한 제품이 카레라는 판단으로 1969년 ‘오뚜기 분말 즉석카레’를 출시했다. 이후 1981년 레토르트 형태의 ‘3분 카레’로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문을 열었다. 오뚜기는 웰빙 열풍이 불던 2003년 강황 함량을 늘린 ‘백세카레’ 에 이어 2009년 과립형 카레를 선보였고 ‘렌틸콩카레’, ‘3일 숙성카레’, 비건카레인 ‘채소가득카레’를 출시하며 카레 시리즈의 개발을 끊임없이 이어나가고 있다.

‘낙농보국’으로 시작한 매일유업도 국내 유가공 제품의 발전을 이룩해왔다. 특히 발효유와 치즈, 락토프리 시장 1위인 ‘소화가잘되는우유’ 등으로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였다. 특히 소화가잘되는우유는 한국인의 대다수가 우유의 유당을 소화시키지 못해 우유를 마시면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하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매일유업은 이에 그치지 않고 우유를 활용한 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카페 폴바셋, 레스토랑 더키친일뽀르노(THE KITCHEN IL FORNO), 크리스탈제이드 등을 운영하며 우유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분유 수출에도 힘쓰고 있다. 1981년 첫 수출을 시작으로 세계 10여 개국에 조제분유, 특수분유 등을 수출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 중 가장 많은 대 중국 조제분유 수출을 하고 있다. 현재 매일유업은 음료 카테고리 확대를 위해 북경법인 설립하는 등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 있다.

한편, 이 같은 ‘K푸드’ 성공 신화에 정부에서도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산업이 된 식품산업을 지원하는 데 나섰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서 “지난 4~5월 라면 수출이 연속 1억불을 돌파하고 미국에서 냉동김밥 품절 대란이 나타나는 등 K푸드가 한류의 최선봉에 있다”며 “올해 식품 수출 7000억불 달성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마케팅, 유통망 진입, 물류 인증을 전폭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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