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같은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신입생 남학생은 당일치기로, 신입생 여학생과 군필자 2학년 복학생들은 1박2일로 OT(오리엔테이션)를 갑니다. 왜일까요.
11일 오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진주에 위치한 연암공업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에 대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같은 대학에 입학했는데 1학년 남학생들은 하루 안에 프로그램이 끝나고, 1학년 여학생들과 군대를 다녀온 2학년 복학생들은 1박2일 동안 프로그램을 이수한다는 겁니다. 언뜻 보면 이상한 프로그램 배치에 갖가지 추측이 이어졌습니다. “1학년 남학생들 따돌리고 복학생들과 여학생들 미팅 시켜주냐”는 등 성적인 희화로까지 번졌죠.
그러나 연암공대측의 입장은 조금 달랐습니다. 연암공대 입학처는 같은 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학교 측의 학사진행 과정에 대한 몰이해에서 생긴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연암공대는 2년제와 3년제 전문학사과정을 다루고 있는 학교입니다. 4년제와는 학사 과정이 다르죠. 입학처는 “연암공대는 취업에 중점을 둔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며, 학생들은 2학년 1학기부터 취업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습니다. 재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준비한 과정으로 2학년 3월부터 취업활동을 하게 되고, OT는 이 취업활동에 대한 안내 교육이 주가 된다는 겁니다.
그러나 1학년 남학생들의 경우 이 취업활동 교육에 참여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것이 연암공대 측의 설명입니다. 입학처는 “최근 몇 년간 학교의 남자 입학생 중 1학년 1학기가 시작된 3월 안에 휴학하는 수는 65%에 달한다”며 “6월 전 신입생 휴학자는 85%에 이르고, 이 중 대부분이 군대에 가는 등의 이유로 학교를 쉰다”고 밝혔습니다. 1학년 남학생의 경우 2학년까지 계속해 학업을 연장하는 일이 거의 없고, 자연스레 1박 2일의 취업교육이 시간낭비만 될 가능성이 큰 것이죠.
그러나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들의 경우 OT가 필수적입니다. 군대를 다녀온 후 아무 교육 없이 2학년 3월에 바로 취업하기에 복학생들은 힘이 들고, 자연스레 2학년까지 연계해 다니는 여학생들과 함께 1박2일에 걸친 학업 계획을 안내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군 면제나 군대를 이미 다녀온 남학생의 경우는 어떨까요. 연암공대 측은 “군 면제여부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알 수 없지만 생년 앞자리가 높아 군필자로 생각되는 경우는 OT 전 학교에서 학생에게 전화해 군필 여부를 확인한다”며 “이 경우 1박2일 OT에 합류가 가능하며 군대 입대 여부가 불확실한 남학생들의 경우도 참여 의사를 밝히면 마찬가지로 합류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은 학교의 커리큘럼을 외부에서 잘 이해하지 못해 생긴 불상사라는 것이죠.
또 OT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 스터디룸 이용에 불이익을 준다는 문구에 대해서도 오해라고 밝혔습니다. 연암공대 내의 스터디룸은 총 21개입니다. 공업대학의 특성상 4명에서 8명 정도의 그룹 이용이 많은 편이다 보니 스터디룸 이용을 할 때도 7: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네요. 연암공대 측은 “대기 순위에서 다소 밀릴 뿐”이라며 “이용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런 OT 제도를 시행해온 지는 3년째인데 이제 와 새삼 주목받으니 놀랍다”고 당황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