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연구, 자살 예방 정책 세우는 가장 필수적 부분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 자살은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다. TV, 신문 등에서 잘 사는 것, 웰빙(Well-being)의 방법론을 이야기할 때 다른 한 쪽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평균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1.2명으로 이는 경제협력기구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이며 이들 국가들의 평균 자살 사망률과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문제는 자살이 삶을 대하는 개인의 행동방식의 일종으로 동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점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날로 증가하는 국내 자살률 감소를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원영 중앙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자살은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 4위로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바로 그 다음이지만 한국의 의료복지제도는 질환을 예방하는 데만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자살 예방 정책에 대해서는 형식적 지원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선진국에서는 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를 자살 재시도 가능성이 높은 자살 고위험자로 분류하고 정신과 전문의에게 의뢰하는 자살예방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자살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원영 교수는 그 원인을 ‘턱 없이 부족한 예산’에서 찾았다. 그는 “일본의 경우 자살을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요소로 보고 자살률을 낮추는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해마다 약 30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89억 원 정도다. 이 예산은 자살 위험성이 높은 환자를 골라내도록 필요한 인력을 응급실에 배치하는 데도 턱 없이 모자르다”고 말했다.
적은 예산은 연구 활성화에도 제동을 건다. 효과적인 자살 예방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관련 연구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교수는 “높은 자살률에 비해 관련 연구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는 자살 고위험자를 위한 정신신경계 약의 처방현황이나 낮은 처방률의 원인 등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살 유가족의 경우 어느 사회로부터 위로받지 못하고 손가락질 당하거나 방치되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자살 유가족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점도 개선돼야할 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살 유가족은 일반인에 비해 자살할 가능성이 4배 이상 높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 국가적인 추적관찰시스템이 실행돼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살 유가족의 부모를 찾아간 적이 있는 이 교수는 “자살 학생의 엄마는 시댁으로부터 ‘아이 잡아먹은 애미’라는 질타를 받고 있었다”며 “자살은 개인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한 가족이 불행해지며 그 불행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높은 자살률을 보였지만 효과적으로 줄여나갔다. 막대한 예산 지원이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사회가 자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자살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10년째 부동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는 한국사회가 한 개인의 자살에 대해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직면해야함을 일깨워준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