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을 유쾌하게 받아드리고 있는 심영섭 아트테라피 대표를 만났다. 그녀는 영화, 예술, 심리학, 인문학을 접목해 심리치료를 하고 있다.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직업인 셈이다.
첫인상은 대표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격식이 없었고 자유로워보였다. 또 눈빛에서 흡인력이 느껴졌다.
심영섭 대표는 지금 ‘나이 들고 있는 것’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정서적으로 불안했던 20대를 보내고 나서야 지금 자유로운 자신을 만나게 됐다고 말한다. 일과 사랑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흔들렸던 20대를 보낸 그녀. 심 대표는 “나에게 20대는 늘 잠부족에 시달려야했고 돈이 없었고 사랑도 잘 하지 못했던 나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답게 그녀는 프랑스 영화배우 잔느 모로를 만난 이야기를 했다.
“기자 양반, 행여라도 내 이마 주름 없애지 마요, 이거 만들려고 고생했으니까.”
잔느 모로의 이 말에 심 대표는 “희노애락을 반복하는 인생을 한 편의 예술, 문화로 바라본다면 자신의 얼굴 위로 새겨진 주름은 주인공 자신이 만든 문화적 자산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사과 상자 이야기를 꺼냈다. 심 대표는 “10개의 사과가 들은 상자에서 나는 가장 먼저 제일 맛있는 사과를 찾아먹는다. 어느 순간 맛없는 사과만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번 나는 남은 것 중 제일 맛있는 것을 먹는 셈이다”고 말했다. 이미 먹어버린 가장 맛 좋은 사과만 떠올릴 것이 아니라 내게 남아있는 것 중 제일 맛있는 사과를 먹는 일에 집중하면 행복하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나이 듦을 유연하게 받아드릴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그녀는 몰입하는 삶을 강조하며 “나는 살림도 열심히 하는 편이다. 살림은 굉장히 창의적인 부문이다. 자신의 삶에 몰입하고 의미를 찾는다면 비로소 자유로워진다”고 말했다.
완벽한 물감으로 가득 메운 그림보단 여백 있는 그림이 멋있다고 말하는 그녀는 “나이 든다는 것은 내 그림에 여백을 만들어가는 일”이라며 “완벽한 색감 사이 여백을 만들어가는 지금이 즐겁다”고 말했다. 심영섭 대표는 그렇게 50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