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이소연 기자] 유해성분을 포함한 스프레이형 모기약이 충분한 주의사항 없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기업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따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프탈트린 부작용 우려” 자동분사형 살충제는 금지하고 스프레이형은 허가
현재 시판되는 스프레이형 살충제 187개 중 155개 제품의 주성분으로 쓰이고 있는 ‘프탈트린(Phthalthrin)’은 농약 등에 사용되는 피레스로이드(Pyrethroid)계 인공화합물이다. 이 성분은 유기염소계나 유기인계 살충제보다 독성이 덜한 데다 짧은 시간에 살충효과를 볼 수 있어 널리 쓰이고 있다.
독성이 덜해도 부작용의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밀폐된 공간에서 프탈트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남자의 경우 정자 수가 감소하고 여자는 자궁내막증이 유발, 불임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피레스로이드 계열의 살충제 노출이 아이들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인하대 의과대학 임종한 교수는 “프탈트린 등 화학물질을 초미세입자로 장기간 과다하게 흡입할 경우, 가습기 살균제 사태 때처럼 염증, 폐 섬유화 등 호흡기관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식약처는 2014년 “환기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프탈트린을 지속 사용할 시 체내 축적 위험이 있다”며 자동분사형 살충제 사용을 금지했다.
반면 같은 성분이 함유된 스프레이형 살충제는 ‘충분한 환기’와 ‘접촉 시 물로 씻도록 할 것’ 등 사용상 주의사항을 강화하는 조치에 그쳤다.
자동분사형과 달리 스프레이형은 사용자가 환기를 충분히 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누구 읽으라고 써놓은 사용상 주의사항? 소비자는 “몰랐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들은 스프레이형 모기약을 사용할 때 환기를 꼭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고 말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최모(43·여)씨는 “집에서 리퀴드형 모기약을 하루 종일 틀어놓고 스프레이형도 함께 사용하는데 환기가 중요한지 몰랐다”고 전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이모(36·여)씨 역시 “자기 전 밀폐된 방에 스프레이형 모기약을 잔뜩 뿌리고, 다시 모기가 들어올까 봐 문을 열어놓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소비자들이 환기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이유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이를 충분히 알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약 제품 뒷면, 사용법이 명시된 ‘용법·용량’에는 환기에 대한 안내가 빠져있다. 환기 문구를 찾아볼 수 있는 건 작은 글씨로 쓰인 사용상 주의사항 뿐이다.
이마저도 ‘실내 공기가 외부와 교환된 후 입실’, ‘분사 중에는 분사하는 사람 외에는 입실을 피하시오’ 등 모호하다.
기업이 제품에 ‘9.9㎡에 대해 5~10초씩 나누어 위를 향해 용기의 상부에 버튼을 눌러 적량 분무한다’고 사용법을 자세히 기재한 것이나 ‘가연성(화기주의)’ 문구를 크고 붉은 글씨로 강조한 것과 대비된다.
기업들은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따랐다는 입장이다.
‘홈키파’ 판매사인 살충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헨켈홈케어코리아는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부합한 내용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에프킬라’ 판매사 SC존슨코리아도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해피홈 에어로솔’ 제품을 출시한 유한양행 측은 “환기는 권장사항일 뿐 의무사항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식약처 “소비자가 충분히 읽어봐야”···전문가 “환기가 ‘가연성 경고’보다 중요”
식약처는 “이미 사용상 주의사항에 환기 관련 내용이 표기돼 있고 의약외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이를 읽고 숙지할 의무가 있다”며 “앞으로도 환기를 좀 더 강조하거나, 용법·용량에 새로운 환기 관련 문구를 추가할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문가는 기업이 스프레이형 모기약 제품에 환기를 눈에 띄게 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환기는 ‘가연성(화기주의)’ 경고보다 중요한 정보이기에 지금보다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우선 소비자가 제품 구매 시 사용상 주의사항을 숙지해야 하는 건 맞지만 기업도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명확히 알릴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jjy4791@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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