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소비자시민모임이 응답자(500명) 중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알고 있는 494명을 대상으로 생활화학제품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7%는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답했다.
특히 84.8%는 ‘생활화학용품을 사용하기 꺼려졌다’고 응답했다. ‘생활화학제품 대신 천연 재료나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려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69.2%였다.
품목별로 표백제(2.19점), 방충제(2.26점), 탈취제(2.47점), 방향제(2.50점), 청소세제(2.51점), 제습제(2.65점) 등의 순이었다.
이는 실제 소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세제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천연 세정제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더 팔렸다. 반면 세탁세제와 주거 청소세제, 표백제 매출은 각각 14.0%, 18.7%, 21.1% 떨어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직접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과탄산소다 등의 제품을 직접 사서 세제를 만드는 이들이 늘었다”며 “베이킹소다는 묵은 때 제거, 살균효과, 냄새 제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해충약 등에서도 화학용품보다는 친환경 제품을 찾았다. 온라인쇼핑사이트 11번가가 지난달 1일부터 29일까지 모기 등 해충 대비 용품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스프레이형 모기퇴치제, 액상형 모기약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 18%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 반해 모기장·방충망 매출은 1년 전의 두 배로 뛰었고 ‘해충 퇴치 식물'도 82%나 급증했다. 해충 퇴치 식물은 모기 등이 싫어하는 향을 내뿜는 구문초, 벤쿠버, 야래향 등을 말한다. 암모기가 싫어하는 숫모기 날개소리를 초음파로 흉내낸 초음파 해충퇴치기 매출도 54% 증가했다.
화장품도 ‘친환경'이 대세다. 헬스 앤 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이 판매하고 있는 무실리콘, 무파라벤 등 ‘저자극 내추럴 헤어케어’ 제품의 지난 1분기(1∼3월) 매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특히 헤어 식초 이브로쉐는 1분에 한개씩 팔리는 등 내추럴 헤어 케어 대표 제품으로 떠올랐으며 라우쉬, 클로란, 피토더마, 프레시팝, 닥터포헤어 등 국내외 내추럴 헤어케어 브랜드들이 다수 확대됐다.
천연화장품 수요도 늘었다. 올리브영 입점브랜드 중 천연 화장품 제품(아이소이, 알바보타니카, 에이프릴스킨)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00% 신장했다. 화장품의 화학성분 등을 표시해주는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 앱(2013년 출시)도 최근 급속히 사용자가 늘어나 누적 다운로드가 200만건이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소비자들의 화학제품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안전성을 따지게 됐다”고 말했다.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