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윤모(31)씨는 시험이 끝나고 오랜만에 명동에 들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들리는 말은 모두 중국말이고 중국인 관광객만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윤 씨는 “오랜만에 왔는데 음식점이나 화장품, 패션 상점 모두 중국인 취향으로 바뀌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점점 더 중국인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서울 명동 인근의 백화점과 면세점, 드럭스토어들은 중국인 소비자들로 넘쳐나고 있어서다. 중국인들의 패키지 상품이 명동을 빼놓지 않고 있어 명동은 중국인들의 메카가 된 지 오래다.
면세점업계도 ‘알리페이’ 결제 시스템을 속속 들여오면서 중국 관광객들 잡기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이 1년간 독점으로 계약해온 알리페이가 신라면세점과도 손잡았다. 한화나 신세계 등도 현재 알리페이와 물밑접촉을 하고 있다. 중국인 절반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알리페이로 한국 매장에서 결제되면 훨씬 편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페이 결제 시스템이 들어오면 훨씬 많은 소비자들을 모셔올 수 있고 빅데이터를 이용한 마케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백화점과 드럭스토어도 중국인 모시기에 한창이다. 이미 노동절이나 중추절 등 중국인들의 휴가가 이어지는 ‘골든위크’ 기간은 국내 유통업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중국 노동절 기간에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쿵푸팬더를 설치해 재미를 줬다. 올리브영은 노동절 기간에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마스크팩 증정 행사를 열고, 고데기 등 헤어 기기 제품이나 위생용품 판촉에 나서기도 했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티몰과 손잡고 ‘역직구’ 하는 중국 소비자들을 모시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이마트와 LG생활건강 등은 티몰 한국관에 입점해 중국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티몬도 최근 티몰글로벌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마케팅을 함께 할 계획을 밝혔다.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점차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 1323만 1651명 중 598만명(45.2%)은 중국인 관광객이다. 이 중 4명 가운데 1명은 국내 소비로 275만원을 쓰는 등 ‘큰손’이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