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게이트가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한 불법 자금모금을 넘어 대통령 연설문과 주요 인사에 관여 정황이 드러나는 등 눈덩이처럼 커지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최순실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는 기업들은 떨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한화, 롯데 등 대기업들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오르내리면서 좌불안석이다. 기업들로서는 최순실과 청와대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자금을 대기도 했지만 그와 관련 특혜를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그룹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선수 커리어 활동을 도왔다는 이야기로 이미 한 차례 몸살을 앓았다. 삼성그룹은 정유라의 말을 사줬으며 독일 현지에 승마 훈련비를 지원했다는 등 여러 의구심이 증폭됐다. 현재는 지워졌지만 대한승마협회에 등록된 정유라의 프로필에 '팀 삼성(Team Samsung)'이라고 써 있었고 정유라씨가 주변에 삼성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한승마협회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다. 이건희 회장부터 이재용 부회장까지 승마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승마 활동을 후원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삼성그룹은 미르 K스포츠재단에도 매출규모 '맏형'으로서 모금 활동에도 먼저 갹출했다. 국정감사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각각 55억원과 54억원 등 총 109억원을 지원해 가장 많이 후원했다.
삼성전자는 평창올림픽에 기업 중에서는 가장 많은 1000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후 이재용 부회장의 첫 공식 일정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평택 반도체공장 기공식이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의 남다른 인연도 조명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천 바이오로직스 공장 기공식에도 박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한화그룹도 승마와 연관돼 최순실과의 관계가 오르내리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씨가 승마를 해 최순실씨와 자연히 접촉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삼성그룹 관계자가 승마협회 회장을 맡기 이전 회장은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이었다. 지난해 5월 한화가 지원하는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는 박 대통령과 김 회장이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 두 재단에 25억원을 내며 지원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정권 들어 서울 시내 면세사업을 한 적 없었으나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의 특허를 취득해 사업부문을 넓혔고 삼성으로부터 방산산업 3개사를 넘겨받는 '빅딜'을 실현한 바 있다.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이 창조혁신센터 조성과 평창올림픽 후원에 앞장서는 등 정부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롯데그룹은 평창 올림픽 후원금으로 600억원을 쾌척하는 등 재계 순위(5위)에 비해 큰 금액을 후원했다. 재계 순위 1위인 삼성그룹이 1000억원을 후원한 데 비교하면 눈에 띄는 액수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 두 재단에도 45억원을 내는 등 기업 규모에 비해 큰 돈을 갹출했다.
롯데그룹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와 후원계약을 체결한 날 공교롭게도 신동빈 회장이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박 대통령을 수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SK그룹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SK텔레콤과 SK종합화학의 이름으로 21억원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에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그룹 구성원의 사활이 최 회장의 복귀에 달려 있어 접촉이 있었을 거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정현식 K스포츠 전 사무총장이 폭로한 바에 따르면 올해 2월에는 최순실·안종범 지시로 SK그룹에 80억원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SK그룹은 사업에 구체성이 없고 투자금이 과도하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알려졌다. 정 전 사무총장은 막판에는 30억원을 내놓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냥 받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각 그룹 관계자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 관련한 후원금은 전경련에서 독려해 참여하게 된 것"이라며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그런 (특혜를) 기대한 것은 전혀 아니다. 사실 무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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