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쿠팡이 2주 배송교육까지 마친 예비 쿠팡맨 합격자들에게 최대 4개월 입사 지연 통보를 내린 바 있어 논란을 빚었다. 쿠팡은 이들에게 입사가 최대 4개월 가량 연기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세전연봉 3200만~3800만원의 꿈에 부풀었던 쿠팡의 구직자에게 불안감만 안겨주는 처사다. 일각에서는 채용 규모를 부풀려 투자를 유치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쿠팡이 예전같지 않다. 쿠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에 발목잡혀 채용계획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5000억원의 기록적인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중순부터 쿠팡은 지금껏 공격적인 가격정책과 배송정책의 방향을 일부 틀었다. 올해까지 1만명으로 늘리겠다던 쿠팡맨 수는 3600명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쿠팡이 바꾼 전략 중 시장을 가장 놀라게 한 건 '최저가 로켓배송'의 시대를 끝낸 것이다. 쿠팡은 최근 9800원만 구입하면 무조건 로켓배송해주던 정책을 소리소문 없이 바꿨다. 급격한 포지션 변화에 소비자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잘 이용했다며 격려해 주는 고객도 많았지만 불쾌감을 표하는 고객도 있었다.
큐레이터를 자처한 핫딜 형태가 아니라 오픈마켓 형태인 아이템마켓으로 바꾼 것도 최근의 일이다. 아이템마켓은 중개자에게 수수료를 받고 공간을 제공해 주는 형태로 옥션이나 G마켓과 비슷한 형태다. 큐레이션 형태는 고객의 불만을 모두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위험이 크다. 오픈마켓 형태로 위험 부담을 줄이고 이익을 늘리겠다는 전략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이 와중에 '택배계의 정규직'인 쿠팡맨 채용을 미룬 것은 결국 심각해진 적자 폭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쿠팡은 부쩍 조급해진 듯하다. 적자가 유지되는 가운데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안 되는 상황에서 미리 비용 절감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이 마지막인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투자 유치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적자를 감내하며 벌이던 쿠팡발 최저가 경쟁이 막을 내리는 듯하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쿠팡이 바꾼 시스템으로 '출혈' 경쟁이 심각하긴 했지만 고객에게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안겨다주었다. 쿠팡이 가져다준 시스템은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도 소비자들에게 '특가'를 제공해 훨씬 고객 친화적으로 시장이 바뀌는 역할을 했다. 쿠팡은 이를 바탕으로 업계 1위에 등극했다. 쿠팡의 길에 어려움도 많겠지만 입지전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유지된 쿠팡 신화가 계속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만 채용이 지연된 쿠팡맨에 대해서는조속히 채용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 고객과의 신뢰가 중요하듯 직원과의 신뢰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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