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6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 9대그룹 총수들이 출석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예상 이슈들이 점쳐지고 있다.
이번 국조특위에 참석하는 인물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순이다.
자리 배치는 연장자 순서를 따라 고령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지그재그로 바깥쪽을 채우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가운데에 배치되는 형태다. 기업 총수들은 그룹 대관업무 담당팀 및 법무팀과 함께 비상대응팀을 만들어 모의면접 형식의 청문회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 SK 롯데 CJ, 최순실에 돈 주고 대가 받았나 ‘뇌물죄’ 쟁점
9개 기업들 중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전자는 최순실이 만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출연금을 냈을 뿐 아니라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 커리어 활동을 수십억원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삼성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대가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을 높이고 후계 승계구도를 공고히 하는 일환인 삼성물산 합병을 받아냈느냐가 주요 쟁점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을 1:0.35로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고평가해 오너가가 삼성물산에 지배력을 확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의 입김으로 국민연금과 국민연금 관리 주무부서 복지부까지 관여해 삼성전자의 합병을 밀어주었다는의혹도 받고 있다.
삼성 측은 미르재단과 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것은 전경련으로부터의 요청과 지원목적에 대해 수긍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정유라 지원과 관련해서는 모종의 대가가 있었는지가 의문이 가는 상황이다.
SK그룹은 총수 사면과 면세점 특허 재승인 등에 대해 대가성 의혹을 받고 있다. 490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형기를 줄여 그룹 차원에서 박근혜 대통령 및 최순실에게 사면과 관련한 청탁을 한 것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또 출소한 최 회장이 7월경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통해 면세점 면허 재승인 약속을 받아낸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K스포츠재단이 SK그룹(80억원)과 롯데그룹(75억원)만 콕 집어 추가 지원을 부탁한 것이 면세점 재승인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밝혀질 예정이다.
CJ그룹은 이미경 부회장의 영화 ‘광해’ 지원 등으로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이후 청와대의 입맛대로 적극적으로 관계개선을 이뤄나가며 ‘K컬처밸리’에 적극 투자했다. 이것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석방을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회장은 올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롯데그룹도 신동빈 부회장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고 평창올림픽에 800억원을 쾌척하는 등 '통큰 투자'를 감행해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를 놓고도 의혹이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에 재단 출연금과 별도로 75억원을 요구한 것도 모종의 거래였는지를 놓고 질문 공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매출 규모로 국내 3위인 서울 잠실 월드타워면세점 재승인을 얻어냈는지가 관건이다.
◇ 최순실 피해자? 현대차, 한진, 한화...전경련 이슈 외에 GS, LG는 조용할 듯
현대차는 최순실이 실질적인 오너로 있는 플레이그라운드 회사에 광고를 맡겨 문제가 됐다. 또 최순실씨의 지인이 소유한 회사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11억원 상당의 물품을 납품받고 차은택씨 광고회사에 62억원 상당의 광고를 밀어준 경우와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과정 등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순실과의 관계 악화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여 관련 정황에 대해 자세한 상황에 대한 질문이 나올 전망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그룹 차원의 사면 청탁 여부를 놓고 공방전이 벌어질 예정이다. 또 최순실이 손댄 것으로 의심받는 방위산업 관련 질문들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몸이었던 LG계열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GS그룹은 큰 이슈가 없을 예정이다. 다만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전경련이 나서서 모금한 혐의가 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전경련의 모금대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것 이외에 특혜를 받은 것이 없어 상대적으로 조용할 것으로 보인다.
◇ 사상 최대규모 청문회...떨고 있는 재계
재계 관계자들은 ‘사상 최대규모 청문회’라는 점에서 걱정을 하면서도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재계 총수들이 청문회에 불려 나온 것은 두 건이 있었다. 1988년 ‘5공 청문회’에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해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부회장,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등이 불려 나왔다.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압박공세를 벌인 노무현 변호사가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는 등 숱한 이슈를 낳았다.
1997년 ‘한보 청문회’에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과 금융권 수장들이 불려 나온 것과 비교해도 대상 기업의 위상과 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다.
다만 당시에도 청문회가 거듭된 윽박지르기로 파행이 되는 등 ‘기업 길들이기‘에 불과했다는 평가도 나온 만큼 이번 청문회는 다른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청문회가 과연 효과적으로 의혹을 캐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그랬던 것처럼 재벌 총수들을 앉혀 놓고 새로운 사실이 별로 밝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윽박지르는 형태로 진행될까 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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