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올 한해 IT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화두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이다. 기술의 발전 속에 AI는 특정 기업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열린 시장으로 급속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AI 개발의 성과를 발표하는 미디어 행사를 가졌다. 인터넷상의 정보와 사람들의 대화 내용을 스스로 분석하는 학습 능력을 갖춘 AI 챗봇 ‘조’와 ‘코타나 디바이스 SDK(소프트웨어 개발킷)’를 공개하고 오디오 기업인 하만카돈과 제품 출시 계획도 밝혔다.
이날 공개된 내용은 AI 시장의 현재 상황의 두 축을 나타낸다. 챗봇 조는 머신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과 그 학습 원천이 되는 빅데이터 발달에 따른 결과물의 하나다. 코타나 디바이스 SDK와 같은 오픈 소스는 AI 생태계 조성의 첨병이다.
이날 MS는 챗봇 조가 지난 10월부터 메신저 앱 ‘킥’에 탑재돼 미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머신러닝이 사용자 일상 속 서비스로 접근한 사례다. 코타나 디바이스 SDK는 MS의 AI 비서 서비스 ‘코타나’를 플랫폼・디바이스 관계없이 다양한 개발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AI 개발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아마존, 구글, IBM, 페이스북 등도 이미 각자의 AI 서비스 중심으로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낸 상태다.
아마존은 2014년 음성인식 AI ‘알렉사’가 탑재된 스피커 형태의 제품 ‘에코’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알렉사의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와 SDK를 공개한 바 있다. 인텔, LG전자, 로지텍 등이 스마트홈 제품에 알렉사를 연동할 예정이다.
자회사 딥마인드의 AI ‘알파고’로 세계를 주목시킨 구글도 지난 5월 언례 개발자회의를 통해 AI 솔루션 ‘구글 어시스턴트’를 공개한 데 이어 10월 구글 어시스턴트 SDK 등 관련 툴 개방을 발표했다.
구글 어시스턴트 역시 메신저 ‘알로’부터 스마트홈 서비스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삼성, 필립스 등이 자사 제품과 ‘구글 홈’ 연동 파트너십을 체결한 상태며 구글은 검색 등 다양한 서비스로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향상된 번역 서비스 등에 다시 적용되고 있다.
‘시리’로 음성인식 AI 서비스에서 앞서 나갔지만 폐쇄적 정보 정책 때문에 빅데이터 활용이나 생태계 확보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애플도 지난 6월 본격적으로 벽을 허물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에만 탑재되던 시리를 ‘맥’ 컴퓨터와 ‘애플tv’까지 적용했을 뿐 아니라 SDK ‘시리 킷’까지 공개한 것이다.
이 외에 AI 연구 선두주자인 IBM은 이미 여러 기업에서 도입한 ‘왓슨’을 중심으로, 페이스북은 SNS 상에서 학습하는 챗봇 ‘M’을 내세워 AI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애플과 직접 경쟁하는 삼성전자는 올해 시리 개발자들이 만든 벤처 비브랩스를 인수하고 내년 ‘갤럭시 S8’부터 AI 서비스를 적용할 예정이며 IBM AI ‘왓슨’을 도입한 SK 주식회사 C&C는 AI와 로봇 분야 국내 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2013년부터 네이버랩스를 통해 머신러닝 등 AI 연구를 진행해 검색 등 서비스에에 적용해온 네이버는 자동통역 ‘파파고’ 등을 선보이며 구글과의 정면 대결에 나섰다. 또 음성 관련 원천기술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들에게 매년 100억원씩 향후 3년간 총3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생태계 확대에도 나섰다.
IT업계의 기술 공개, 생태계 확보 노력은 각사의 기술・서비스 적용 범위를 확대해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 기술 발전을 가속하겠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각사의 자체 서드파티(주어진 규격에 맞춰 제품・서비스를 생산하는 개발자) 확보에 그치지 않고 선두주자들의 합종연횡까지 이어졌다.
구글, MS, 아마존, 페이스북, IBM 등 5개사는 올해 AI 연구를 위한 ‘파트너십온AI’를 구성해 기술 공유에 나섰으며, MS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이 설립한 AI 부문 비영리 연구기관인 ‘오픈AI’와 협력도 선언했다. 애플 역시 최근 AI 등에 관한 사내 연구 성과를 학회 등에서 공개하는 노선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기술 경쟁력은 주도적으로 생태계를 갖춘 기업에게 허락될 것”이라며 “주도적 생태계를 갖게 되면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인 선도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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