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놈 금메달 걸고” 만인보 나온 고영태 가족사

“막내놈 금메달 걸고” 만인보 나온 고영태 가족사

기사승인 2016-12-21 09:14:59 업데이트 2016-12-21 15:38:02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인사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가족사가 고은 시인의 ‘만인보’(萬人譜)에 실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만인보는 4001편의 시로 구성된 30권짜리 대작으로 시인과 인연이 닿았던 이들의 행적을 담은 작품이다. 고 시인을 노벨문학상 후보 대열에 올린 대표작이다.

등장인물만 5600여명에 이른다.

고영태의 아버지는 만인보 ‘단상 3353-고규석’ 편에, 어머니는 ‘3355-이숙자’ 편에 등장한다.

아버지 고씨는 마흔 살이던 1980년 5월21일 광주 시내에 볼일을 보러 갔다 실종, 열흘 만에 광주 교도소 암매장 터에서 가슴에 총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5.18 유공자로 5.18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다.

어머니 이씨는 남편이 숨진 뒤 망월동 묘역 관리소 인부로 일하며 다섯 자녀를 키워낸 인물로 그러졌다.

다음은 시 원문

만인보 단상 3353-고규석

이장 노릇/새마을지도자 노릇/소방대장 노릇/예비군 소대장 노릇/왕대 한 다발도 번쩍 들었지/(…)

동네방네 이 소식 저 소식 다 꿰었지/싸움 다 말렸지/사화 붙여/사홧술 한잔 마시고/껄껄껄 웃고 말았지/(…)

다 알았지/다 알았지/그러다가 딱 하나 몰랐던가/

하필이면/5월 21일/광주에 볼일 보러 가/영 돌아올 줄 몰랐지/마누라 이숙자가/아들딸 다섯 놔두고/찾으러 나섰지/(…)

이윽고/광주교도소 암매장터/그 흙구덩이 속에서/짓이겨진 남편의 썩은 얼굴 나왔지/가슴 펑 뚫린 채/마흔살 되어 썩은 주검으로/거기 있었지/

아이고 이보시오/(…)

/다섯 아이 어쩌라고/이렇게 누워만 있소 속 없는 양반

만인보 단상3355 이숙자

고규석의 마누라 살려고 나섰다/(…)/담양 촌구석 마누라가/살려고 버둥쳤다/

광주 변두리/방 한 칸 얻었다/

여섯 가구가/수도꼭지 하나로/살려고 버둥쳤다/(…)

남편 죽어간 세월/조금씩/조금씩 나아졌다/망월동 묘역 관리소 잡부로 채용되었다/그동안 딸 셋 시집갔다/

막내놈 그놈은/펜싱 선수로/아시안 게임 금메달 걸고 돌아왔다/

늙어버린 가슴에 남편얼굴/희끄무레 새겨져 해가저물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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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