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내년 1월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 가전 전시회 ‘CES 2017’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세대 TV 디스플레이 기술의 자웅을 가리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 ‘QLED’ 꺼내든 삼성…배경은?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프리미엄 TV 제품군에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라는 명칭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미국에 ‘삼성 QLED’, 10월 한국에 ‘QLED TV’ 상표를 등록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프리미엄 TV에 ‘퀀텀닷’, ‘SUHD’ 명칭을 사용해 왔다. 퀀텀닷은 흡수한 에너지를 증폭해 내보내는 양자점을 의미하며 이 특성을 이용해 기존 LDC 대비 휘도와 색재현율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SUHD는 초고화질 해상도 ‘UHD’에 ‘슈퍼(Super)’를 붙인 상표명이다.
2014년부터 퀀텀닷 기술이 적용된 ‘SUHD TV’를 전면에 내세운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시장조사 기관 IHS 조사 기준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연매출(27.5%), 출하량(21.0%) 모두 선두였으며 2006년 이래 10년 동안 1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에도 고민은 있다. 기존 LDC 디스플레이에 퀀텀닷 필름을 더해 소비자 체감 화질을 끌어올렸지만 최대 경쟁자인 LG전자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빠르게 프리미엄 TV 시장을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차세대 TV로 인식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OLED는 자체 발광 가능한 유기 소재를 활용해 기존 LDC TV의 백라이트 없이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유기 발광 소자를 픽셀 단위로 제어하고 명암비를 무한대에 가깝게 높이는 것이 가능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소형 OLED 패널에 집중한 삼성은 생산‧가격 효율 등의 문제를 이유로 OLED TV는 만들지 않기로 했다.
올해 2세대 퀀텀닷 SUHD TV를 선보인 삼성전자는 아직 생산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OLED TV를 상대로 경쟁이 가능했지만 LG전자가 OLED의 유기물질 수명이나 수율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는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가 필요한 입장이다.
기존 SUHD TV는 색재현율과 휘도 면에서 뛰어나지만 여전히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만큼, ‘빛샘현상’ 등에서 자유롭지 않고 OLED의 깊은 명암비와 픽셀 단위 화면 제어는 따라잡기 어렵다. SUHD라는 명칭도 해상도만을 강조하는 만큼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의미하지는 못한다.
이에 삼성전자가 꺼낸 카드가 QLED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퀀텀닷 소재를 활용해 OLED와 경쟁하기 위한 QLED TV를 개발할 것이라는 소식은 이미 업계에 알려진 소식이다.
QLED는 퀀텀닷 소재를 활용해 OLED 디스플레이와 같이 자체 발광할 수 있지만 유기물 대신 무기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구현할 수 있다면 OLED의 유기물질 수명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 QLED 또는 OLED, 가깝고도 먼 차세대 TV
QLED가 상용화 되면 OLED와 기존 퀀텀닷 디스플레이의 거의 모든 단점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색 증착 등 기술적으로 넘어야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삼성전자가 포기한 OLED TV와 유사한 생산 기술도 상당부분 요구되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는 시제품도 나오지 않은 단계에서 QLED TV 상용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당장 내년 CES 2017에서 선보일 QLED TV는 여전히 기존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고 퀀텀닷 소재 패키징 기술로 색 재현 범위를 한층 끌어올리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HDR 기술 적용 확대에 따라 휘도도 더 높여 명암비 개선 효과도 노릴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형태의 QLED TV를 선보인다면 기존 SUHD TV의 3세대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완전한 QLED 차세대 디스플레이 구현의 중단 단계로 보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체감 화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면 한발 앞서 QLED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도 유효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 차세대 TV 개발 이유도 우수한 상품을 선보이는 데 있고 궁극적인 QLED TV의 초기 형태로 볼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삼성전자가 OLED TV를 무리하게 따라가기보다 기존 LCD TV에 퀀텀닷 기술을 더한 것도 현재 시장에서의 상품성에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OLED TV로 입지를 굳혀가는 LG전자에게 선두주자 이미지를 내줄 가능성은 있다. LG전자도 CES 2017에서 향상된 OLED TV와 다양한 라인업으로 공세를 강화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 부사장은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IFA 2016’에서 내년부터 새로운 형태의 OLED TV를 선보이고 LDC TV에서도 삼성전자의 퀀텀닷에 대항할 수 있는 수준의 제품군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CES 2017에서 발전된 TV를 선보일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LG전자의 OLED TV도 모바일용 디스플레이와 같은 OLED는 아니다. 대형 디스플레이에 색을 배열하는 데에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 백색 유기발광소자로 LED 백라이트를 대체하고 LCD TV처럼 필름을 통해 색을 만들어내는 ‘화이트OLED(WOLED)’ 기술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역시 궁극적인 OLED 또는 QLED 디스플레이로 가는 중간 단계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LG전자도 퀀텀닷과 같은 소재를 활용해 화질을 끌어올릴 여지는 남아있다. 퀀텀닷을 최대한 활용하는 삼성전자와 OLED로 시장 주도에 나선 LG전자 모두 궁극적인 차세대 TV 지향점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SUHD TV와 LG전자의 OLED TV 모두 이미 세계 여러 매체 평가 등을 통해 화질을 인정받은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기술 뿐 아니라 스마트TV 기능, 디자인 등 전체적인 상품 구성에서 차세대 TV 주도권 경쟁이 이뤄지는 만큼, 삼성과 LG가 CES 2017에서 화질 외에 어떤 가능성을 제시할 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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