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퀄컴 1조원 과징금, 배경과 한-미 무역 파장은?

공정위 퀄컴 1조원 과징금, 배경과 한-미 무역 파장은?

기사승인 2016-12-30 06:46:45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에 1조 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그 근거와 향후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빚을 가능성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는 28일 글로벌 통신 칩셋 특허 라이선스 사업자인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2개 계열회사(이하 퀄컴)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300억 원 부과를 결정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퀄컴이 위법행위를 통해 모뎀칩셋 시장과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 라이선스 시장에서 경쟁 제한 효과를 유발하고 다른 사업자의 연구개발(R&D) 활동을 저해해 기술 경쟁을 왜곡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가 꼽는 구체적인 퀄컴의 위법행위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 째는 특허 보유자면서 칩셋을 제조하는 수직통합 사업자인 퀄컴이 경쟁 칩셋 제조사의 요청에도 특허 라이선스 주지 않고 휴대전화 제조사를 상대로 라이선스를 해 칩셋 경쟁사들이 특허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휴대전화 제조사 등의 거래 과정에 퀄컴이 개입할 여지도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2009년 이 같은 사유로 퀄컴에 27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두 번째는 칩셋 공급을 볼모로 한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다. 퀄컴 칩셋의 수요가 높다는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로열티 조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정당한 대가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휴대전화 제조사에 필요 없는 특허까지 일방적인 라이선스 조건을 강제하는 반면, 이들의 특허는 무상으로 자신에게 제공하게 하는 등 부당 계약을 강요한 행위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한 증거자료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과징금 산정은 관련된 상품 매출액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칩셋 판매와 라이선스 로열티 매출액을 합산해 2.7%를 산정, 부과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 자체가 부당이익 환수라는 의미도 있지만 징벌적 의미도 있어 부당이득을 산출하지는 않고 부당행위와 관련된 상품 매출액을 과징금 기준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퀄컴의 전 세계 모뎀칩셋 매출액과 특허 로열티 매출액은 연간 약 251억 달러(한화 약 303082억 원)에 달한다. 이 중 한국 시장의 매출액은 대략 전세계 매출의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정위의 이번 조치에 따라 미국의 무역 보복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자국 산업 보호에 강경한 모습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다.

관세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덤핑 또는 상계관세로 맞대응을 할 여지는 있다. 특히 트럼프 정권에서라면 가능성은 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덤핑 또는 상계관세는 기업이 자국 정부에게 모종의 지원을 받아 가격경쟁력 등에서 이점을 취한 제품에 부과하는 조치다. 스마트폰 등 IT 제품을 비관세로 유지하는 ITA 협정 등보다 우선순위에 있어 미국이 국내 기업에 내릴 수 있는 대표적인 무역규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번 과징금 결정과 같은 반독점법 위반 행위에 대한 규제는 모든 주요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규범이며 퀄컴 측에도 충분한 절차적 권리가 보장돼 통상 마찰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공정위는 이번 건에 대한 조사·심의 과정에서 관련 법령과 한미 FTA 규정에 따라 퀄컴에게 충분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 왔음을 강조했다.

반론권 등 방어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11월 심사보고서 송부 후 6개월 이상의 의견제출 기한을 보장했고 퀄컴의 의견서가 접수된 이후 5개월여 동안 총 7차례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등 전례가 없을 정도로 배려했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의견제출 기한은 3주며 퀄컴은 의견서만 수천 페이지, 관련 자료까지 수만 페이지를 공정위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료 접근권과 관련해 공정위는 관련 법령과 한미 FTA의 범위 내에서 법 위반 혐의 입증과 관련되는 증거자료를 모두 퀄컴 측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퀄컴이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에는 의결서를 받은 후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의결서 도착까지는 약 1개월의 기간이 소요되며 퀄컴이 이를 송달 받아야 정칙으로 과징금 처분 효력이 생긴다. 집행정지 소송의 경우 신속한 피해 방지를 위해 1년 이내에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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