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세계 최대의 가전 전시회로 꼽히는 ‘CES 2107’이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차세대 TV 전략에 차이가 분명해지고 있다.
◇ 첫발 뗀 삼성전자의 ‘QLED TV’
삼성전자는 올해 CES에서 기존 ‘SUHD TV’ 브랜드를 버리고 ‘QLED TV’를 내세웠다. SUHD TV는 크기에 따라 튕겨내는 색이 다른 2~7나노미터(nm) 단위의 퀀텀닷(양자점) 입자 필름을 통해 색감과 휘도를 높인 증폭시킨 제품으로 QLED TV는 여기에 메탈 코팅을 더해 색 표현력 등 화질을 높인 것이다.
결과물은 기존 제품들이 달성하지 못했던 컬러 볼륨 100%를 표현하면서도 최고 밝기 1500~2000 니트(nits)까지 구현할 수 있는 자연광에 가까운 화질이다. 또 기존 LCD TV의 한계였던 좁은 시야각도 개선돼 측면에서 봐도 색 왜곡을 느낄 수 없다.
삼성 QLED TV를 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과 같은 자발광이 불가능한 단계에서 ‘양자점발광다이오드’를 의미하는 QLED라는 명칭은 마케팅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백라이트에 의존하는 기존 LCD TV와 같은 방식을 차세대 TV로 보기는 어렵다”며 “OLED TV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QLED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따르면 QLED TV는 지난 3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신제품 체험 행사에서 많은 참석자들로부터 기존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조적으로 차세대 방식이 아니더라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화질에 의미 있는 발전이 있었음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향후 이 같은 퀀텀닷 소재 활용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자발광이 가능한 QLED TV를 선보일 계획이다. 화질 개선과 함께 이를 감안하면 이번에 선보인 QLED TV도 차세대 TV를 향한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 LG전자의 ‘OLED’, ‘나노셀’ 전방위 공세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인 LG전자는 이미 OLED TV를 차세대 TV로 규정하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일본 소니 등이 OLED TV 진영에 합류했으며 LG디스플레이와 OLED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OLED TV의 최대 장점은 자발광이 가능한 소자를 픽셀 단위로 배치하고 제어해 세밀한 표현과 무한대에 가까운 명암비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떤 시야각에서도 변화 없는 색도 특징이다.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공개한 프리미엄 제품 ‘시그니처 OLED TV’에 할리우드 영화의 70% 이상에 적용되는 테크니컬러의 색채 기술과 ‘돌비 애트모스’ 입체음향 시스템을 더했다. OLED TV가 제공하는 시청환경을 한층 끌어올려 본격적인 차세대 TV 상품성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LG전자의 OLED TV도 완전한 OLED 방식은 아니다.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OLED 패널과 달리 대형 디스플레이 특성상 화면 전체에 OLED 소자로 색을 배치하는 데 한계가 있어 백색 빛을 내는 OLED 패널 앞에 LCD TV와 같은 필름으로 색을 만드는 ‘WOLED(화이트올레드)’ 방식을 택했다. OLED 패널이 백라이트 역할을 대신하고 자체적으로 색 표현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OLED TV는 월등한 명암비 표현과 픽셀 단위 화면 제어 능력으로 현재까지의 유력한 차세대 TV로 꼽히고 있다.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느끼는 화질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다.
아울러 LG전자는 기존 LCD TV의 화질도 대폭 끌어올렸다. CES 2017에서 공개한 3세대 ‘슈퍼 울트라HD TV’는 ‘나노셀’ 기술을 탑재해 색 정확도와 재현력을 높였다. 패널 앞에 도포된 1nm 크기의 미세 분자구조를 활용해 정확치 않은 색상을 제거하는 원리로 삼성전자의 퀀텀닷에 대응하는 기술로 선보였다.
OLED TV의 상품성을 높이고 기존 LCD TV의 화질까지 끌어올린 LG전자의 공세에 삼성전자가 QLED TV라는 장기전용 카드로 맞서는 형국이다.
◇ 삼성전자의 반격…“이제는 사용성”
QLED TV라는 브랜드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는지 삼성전자는 TV 시장의 경쟁 가치에 변화를 시도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CES 2017 개막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제 화질에 대한 논쟁보다는 사용자의 시청 경험에서 오는 불편을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연구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가 내세운 핵심은 ‘연결성’과 ‘사용성’이다. 사용자경험(UX),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스마트 TV’를 대표적인 제품으로 볼 수 있다.
삼성 스마트 TV는 TV와 주변기기들을 하나의 리모컨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한 ‘스마트 허브 ’ UX를 모바일로 확장했으며 ‘스마트 뷰’ 앱을 통해 스마트폰을 가상 리모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음성으로 대부분의 TV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지능형 음성인식’ 적용으로 사용성을 높였다.
삼성전자는 이에 더해 CES 2017에서 스마트 TV 신규 서비스도 공개했다. ‘스포츠’, ‘뮤직’, ‘TV 플러스’ 등 TV 사용자 행태를 고려한 맞춤형 콘텐츠 제공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특히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스포티파이, 냅스터, 비보, 멜론, 벅스 등의 업체와 파트너십도 진행 중이다.
LG전자 역시 스마트 TV용 운영체제(OS)의 차기 버전인 ‘웹OS 3.5’를 공개하고 올해 제품부터 탑재한다.
웹OS 3.5는 전용 리모컨의 숫자버튼을 전화기 단축번호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마이 버튼’, 전용 버튼을 통해 시청 프로그램 관련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는 ‘매직링크’, 화면의 특정 부분을 확대해주는 ‘매직 줌’과 녹화 기능 등을 지원한다. 360도 카메라로 찍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해 연결성을 강조한 삼성전자에 비해 LG전자는 스마트 TV에서 소극적인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스마트 TV의 사용성을 ‘또 하나의 차세대 TV’ 축으로 잡았다.
화면이 사용자 경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TV의 특성상 스마트 TV 기능은 부가적인 요소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종합적인 상품 경쟁력 LG전자 OLED TV의 선방을 막아낼 수 있을지도 앞으로 TV 시장 경쟁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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