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정우 기자] 국내 전자·IT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같은 날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시장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영업이익을 올린 반면, LG전자는 적자전환에 빠졌다.
◇ 삼성전자, 반도체·스마트폰 ‘밀고 당기고’
6일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53조원, 영업이익은 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0.60%로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9.84%나 늘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으며 증권가의 영업이익 전망치 8조원을 크게 넘어섰다. 연간 누계 예상 매출액은 201조54억원, 영업이익 은29조22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DS) 부문에서 최소 4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 3분기 3조3700억원에 비해서도 1조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안다”며 “D램 가격 상승세에 더해 3D 낸드 등 기술에서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꾸준히 벌리고 있는 것이 유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로 3분기 1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던 모바일(IM) 부문은 영업이익도 ‘갤럭시 S7’ 등의 마케팅에 힘입어 약 2조원대를 회복할 전망이며 디스플레이(DP)와 가전(CE) 부문도 각각 1조원 가량 보탰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실적은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해 상반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모바일 사업 호조로 영업이익 1분기 6조6000억원, 2분기 8조1000억원의 ‘깜짝 실적’을 연달아 선사했던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를 겪고 3분기 영업이익 5조2000억원까지 주저앉았었다.
이 시기 반도체 사업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점은 삼성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매우 탄탄하게 짜여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부품 사업인 반도체가 과거 삼성전자의 급성장을 이끌었고 이를 이어받은 완제품 스마트폰이 위기에 빠지자 다시 효자 노릇을 한 셈이다. 발전 분야인 IT 산업에서 부품과 완제품의 2개 핵심 성장 엔진을 단 모양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이를 바탕으로 올해 1분기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열심히 하고 있는데”…LG전자의 아쉬움
이날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14조7819억원, 영업손실 353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지만 수익성이 적자로 돌아섰다. 연간 매출액은 55조3712억원, 영업이익은 1조337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 감소, 12.2% 증가한 성적이다.
업계는 지난해 스마트폰 ‘G5’ 등의 부진으로 모바일 담당 MC사업본부의 적자가 누적된 것이 LG전자 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MC사업본부는 2015년 3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이후 지난해 3분까지 모바일 사업에서 기록한 누적 영업손실액만 거의 8000억원에 이른다.
LG전자 모바일 사업을 보면 2015년 선보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G4’와 ‘V10’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모듈, 듀얼 카메라 등의 참신한 기능을 적용해 야심차게 내놓은 ‘G5’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LG전자는 공급 부족 등을 G5의 판매량 부족 원인으로 분석했으나 전체적인 상품성이 소비자 입맛을 당기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다. 이에 위기를 돌파하고자 했던 MC사업본부는 오히려 마케팅 비용 등으로 인한 영업손실만 키웠다.
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와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도 이를 만회하기는 버겁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3분기 각각 3820억원과 3430억원을 기록한 영업이익이 4분기 2000억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의 최대 강점인 생활가전은 경쟁사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지만 전통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부문이 아니다. TV 역시 최근 급등한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태다.
삼성전자에 비해 제품 포트폴리오가 소비자 완제품에 치중된 LG전자가 차세대 먹거리였던 모바일 사업에서의 부진에 타격을 입은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다. 다만 전체 실적까지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이다.
반면, LG전자도 만회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가전 사업에서는 부가가치를 극대화한 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와 ‘OLED TV’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고 담금질을 마친 스마트폰도 최신작인 ‘V20’에서 한결 개선된 완성도를 보였다. 여기에 시스템 에어컨 등 B2B 사업 공략도 가속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전 시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에 따라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나 시스템 에어컨, 빌트인 등 B2B 사업과 프리미엄 가전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실적도 이 같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데다 최근 조성진 부회장 1인 체제로 전환도 마친 만큼 올해 LG전자의 실적 개선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