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홍삼의 건강기능식품 원료 기능성에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시키자 대한한의사협회가 반발했다.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한의사협회의 주장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26일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 개정고시를 발표, 건강기능식품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홍삼 등 기능성 원료의 기능성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홍삼이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은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로 등록된 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시형 기능성 원료로 인정한 것이다.
현행 건강기능식품 원료 관리시스템에서는 ‘개별인정형 기능성원료(건강기능식품에 등재되지 않은 원료로 식약처장이 개별적으로 인정한 원료)’가 ‘인정받은 일로부터 6년경과, 품목제조신고 50건 이상(생산실적이 있는 경우)’이면 ‘고시형 기능성원료(건강기능식품공전에 등재된 원료)’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번 기능성 등재로 홍삼의 기능성 내용은 ▲면역력 증진 ▲피로개선 ▲혈소판 응집억제를 통한 혈액 흐름·기억력 개선 ▲항산화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 등으로 확충됐다.
그러나 보건의료계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평가와 검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0일 한의협은 “홍삼이 갱년기 여성의 증상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어떠한 의학적 근거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식약처가 이를 인정한 것은 2015년 백수오 사태 이후에도 건강기능식품의 효과 인정에 관한 제도가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각종 의학적 임상 및 연구결과에서는 홍삼이 갱년기 여성 증상 개선과 무관하며, 잘못 섭취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의협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고려인삼학회지에 발표된 임상논문에서는 홍삼이 갱년기 여성의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확실한 효과를 찾기 어려웠고 오히려 질 출혈 등의 부작용이 보고됐으며, 홍삼(인삼)을 갱년기 여성의 건강증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또한 지난해 발표된 최신 문헌고찰에서도 홍삼을 섭취한 43례에 대한 8주 시험에서 홍삼이 여성의 어떠한 호르몬에도 영향을 주지 못했음이 밝혀졌으며, 또 다른 시험(72례, 12주)에서도 자궁내막 및 에스트로겐에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다.
한의협은 “식약처에 홍삼이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근거자료 제공을 요청했으나 해당업체들의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거절당한 바 있다”며 “식약처가 건강기능식품 원료로서 홍삼의 기능성(갱년기 여성의 증상완화)을 손쉽게 추가한 것에는 국민건강에 대한 식약처의 안일한 인식 이외에 백수오 사태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은 현행 건강기능식품 원료 관리시스템의 문제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의협은 “현행 건강기능식품 원료 관리시스템에서는 세부기준 없이 개별인정형 기능성원료가 고시형 기능성원료로 일괄적으로 전환되기가 용이하다. 홍삼의 경우도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식약처가 이를 용인해준 꼴” 이라며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식약처가 홍삼의 갱년기 증상 효과를 인정했다며 선물하거나 스스로 섭취할 국민들”이라며 건강기능식품 원료 관리시스템의 조속한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현행 건강기능식품 원료 관리시스템에서는 ‘개별인정형 기능성원료(건강기능식품에 등재되지 않은 원료로 식약처장이 개별적으로 인정한 원료)’가 ‘인정받은 일로부터 6년경과, 품목제조신고 50건 이상(생산실적이 있는 경우)’이면 ‘고시형 기능성원료(건강기능식품공전에 등재된 원료)’로 전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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