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0년이면 기초연금에 들어가는 나라 살림이 최대 12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령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가 재정 부담이 무거워질 전망이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도입 초기 빈약한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제도인 만큼, 수급 대상·지급액 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사회보장 장기 재정추계 통합모형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연금 지급액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만큼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재정 소요가 2025년 26조1000억원에서 2050년 66조6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방식으로 기초연금 지급액을 결정할 경우 재정 소요액이 더욱 크게 불어난다. 노년층의 실질적인 소득 보장을 위해 5년마다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과 연동해 연금액을 현실화할 경우 2050년 필요한 재원은 120조3000억원으로 급증한다. 단순 물가 연동 방식에 비해 재정 부담이 약 1.8배 커진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필요 재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25년 1060만명에서 2050년 1900만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기초연금을 받는 수급자 역시 같은 기간 719만명에서 1300만명으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재정 부담이 무거워지면서, 기초연금 지급 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지급된다. 올해는 단독가구 기준 월 최대 34만2510원, 부부가구는 월 54만8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2026년 기초연금 대상자는 43만명 늘어난 779만명에 달하고, 월 연금액도 6850원 인상된 34만9360원이 된다.
문제는 소득과 자산 수준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국민연금 가입률이 높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인구로 진입하면서,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 빈곤과 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2021년 기준 66세 이상 노인 인구 중 66~75세 노인 소득 빈곤율은 31.4%이지만, 76세 이상은 52.0%로 2명 중 1명 이상이 빈곤층에 속했다. 보사연의 ‘1·2차 베이비붐 세대의 소득 및 자산 특성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1차 베이비붐 세대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74%(2015년), 2차 베이비붐 세대는 81.4%(2023년)였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도입 초기 빈약한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제도다. 그러나 국민연금 도입 37년이 흐르며 현재는 가입 사각지대가 많이 줄었다. 게다가 도입 취지와 달리 ‘빈곤 완화’ 효과도 국민연금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공적연금 미시모의실험모형 개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단기적으로 기초연금은 빈곤율을 9%p 떨어뜨렸다. 이는 국민연금(5%p)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장기전망에서는 결과가 뒤집혀 기초연금은 5.1%p, 국민연금은 12.8%p 빈곤율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줄여 꼭 필요한 노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0일 쿠키뉴스에 “기초연금 제도 개선은 연금 구조개혁 논의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제”라며 “수급 범위를 소득 하위 계층에 타겟팅하는 방식으로 좁힐 필요가 있다. 그래야 노인 빈곤도 일부 해소하고, 재정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