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15% 넘어 20% 감량 목표…식욕 억제 넘어 에너지 소비까지

비만약, 15% 넘어 20% 감량 목표…식욕 억제 넘어 에너지 소비까지

기사승인 2026-02-12 09:43:15
임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왼쪽), 손장원 부천성모병원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제공

GLP-1 기반 비만 치료제가 단일 호르몬 조절을 넘어 복합 호르몬 경로를 동시에 겨냥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행 치료제가 평균 15% 안팎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면, 차세대 약물은 20%를 넘는 감량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도 제기됐다.

임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연구팀과 손장원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부천성모병원 교수 연구팀은 독일 보훔대학 마이클 넉(Michael A. Nauck) 박사와 함께 국제 학술지 Endocrine Reviews에 2형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의 발전 방향을 정리한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핵심 변화는 GLP-1 단일 조절에서 ‘복합 조절’ 전략으로의 전환이다. 세마글루타이드, 터제파타이드 등 기존 약물은 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GLP-1)을 중심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GIP, 글루카곤, 아밀린, PYY 등 다양한 장·췌장 호르몬 경로를 동시에 조절해 음식 섭취를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방식의 차세대 신약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논문 제1저자인 손장원 교수는 기존 GLP-1 계열이 평균 15% 안팎의 체중 감소를 통해 비만 치료의 기준선을 끌어올렸다면, 복합 조절 기반의 차세대 약물은 20%를 넘는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용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주사제 중심이던 GLP-1 치료제는 경구용 제형으로 확대되고 있다. 위의 산성 환경과 소화 효소에 비교적 안정적이며, 흡수 보조제 없이도 경구 투여가 가능한 후보 물질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 편의성과 치료 접근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체중 감소 폭이 커질수록 부작용 관리의 중요성도 커진다. 임수 교수는 기존 GLP-1 계열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전체 체중 감량 중 약 20~30%가 근육 감소와 연관됐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비만 치료제는 장기 치료 과정에서 근감소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 개발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GLP-1 계열에서 흔히 나타나는 오심·구토·설사 등 위장관 부작용은 대부분 일시적이며, 저용량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증량하는 방식이 내약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문은 비만·당뇨 치료제가 단순한 체중 감량 약물을 넘어 심장·신장 보호 효과까지 갖춘 약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GLP-1 계열 약제가 심부전 등 심장 합병증뿐 아니라 신장 합병증 개선에도 기여하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특히 세마글루타이드는 만성콩팥병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 주요 신장 사건 위험을 24% 낮추고 전체 사망 위험을 20% 줄였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이는 당뇨병·심장질환·신장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근거로 평가된다.

임수 교수는 “GLP-1을 기반으로 다양한 인크레틴을 조합하는 차세대 비만·당뇨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며 “에너지 섭취와 흡수, 소비를 통합적으로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제가 머지않아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체중 감소 효과가 커질수록 부작용을 면밀히 살피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