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영세상인에 직격탄’ 전안법 바로 알기

[기획] '영세상인에 직격탄’ 전안법 바로 알기

기사승인 2017-02-08 09:36:28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핵심조항을 1년 유예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용품만 아니라 의류까지 KC마크를 받아야 하는 전안법 통과 시에는 이른바 ‘영세상인(보따리상)’에게 치명적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이들 영세상인이 무너지면 영세상인의 거래 플랫폼이었던 오픈마켓 등 인터넷 몰들은 줄줄이 고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전안법, 대기업이 받던 KC인증 영세상인에게 확대

전기안전관리법은 그간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으로 분리 운영되던 법을 합친 것이다. 지난해 1월 7일 공포되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달 28일에 시행됐으나 거센 반발에 부딪쳐 KC인증서 보관 게시 조항 등만 1년 유예됐다. 골자는 전기용품에만 한정돼 있던 KC마크 의무화를 공산품 전반에 넓히는 것이다. 

정부는 전안법 통합의 취지로 유사한 안전관리 체제임에도 용어, 관리방식이 상이해 업계 혼동이 증가하고 온열의류 등 전기 기능을 넣은 공산품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제품관리 정책을 일관성 있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공산품의 비용 증가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생긴다. 동대문 시장의 업체들은 원단 1 품목당 5~6만원의 인증비가 들어갈 것이 불가피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원단업체가 비용을 함께 부담하지 않으면 최종 판매 직전의 제조업체가 모든 것을 떠안아야 한다. 한 동대문 시장 업체는 “이렇게 되면 판매 가격이 올라가게 되어 외면할 것이 뻔한데 장사 접으라는 것”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인증에 소요되는 기간도 길다. 제품별 위해수준에 따라 안전인증, 안전확인, 공급자적합성 확인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안전인증은 제품시험과 공장심사를 거쳐 인증받으면 안전확인 제품시험을 거쳐야 하고, 공급자적합성을 위한 제품시험도 거쳐야 한다. 시장출시 후에도 불법제품 모니터링을 통해 리콜 혹은 고발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제품 인증은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릴 거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 영세상인 죽이고 대기업만 살리기? 인터넷 쇼핑몰도 피해

그동안 대기업 옷값이 비싼 이유는 그간 KC인증을 받아 옷감 원단부터 모든 것을 다 인증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KC인증을 물건을 팔려고 하는 이들은 모두 다 해야 한다. 대기업 패션사 관계자는 “우리는 꾸준히 KC인증을 받아 왔기 때문에 크게 달라질 것이 없는데, 중소상인들에게 인증이 확대되어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품 가격이 다 같이 비싸지면 결국 대기업의 SPA 브랜드만 살아남을 거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저렴한 원단에 대량생산 체제로 찍어내는 SPA브랜드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소상인의 제품이 없을 거라는 전제에서다. 소품종 소량생산 업자는 인증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가해지면 소상공인에게 물품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왔던 온라인몰도 타격을 받게 된다. 정부는 이미 인터넷쇼핑몰에 소비자가 안전인증 정보를 게재하도록 규정해 뒀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판매자에게 제한이 가는 법이므로 소량 생산 판매자들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며 “KC인증 마크를 모두에게 달게 하면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 뻔하다”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온라인몰 관계자는 “KC인증 마크를 의무적으로 박아야 하는 쇼핑몰은 전 세계에서 한국 뿐일 것”이라며 “국내 쇼핑몰 대신 외국 쇼핑몰을 주로 이용하게 될 것으로 생각돼 타격이 틀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던 수입업자의 경우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의 시험성적서를 구하기 어려워 병행수입업자들에게도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 제도 통일과 효율 운영 위함? 사실은 세금 확보와 인증심사기관 배불리기

이번 전안법의 도입 취지를 놓고 실제로는 줄어드는 세수 확보와 인증심사기관 인력에 대한 수요를 늘리기 위함이라고 해석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제도 실시가 사실 목적이 세금 확보에 있다고 본다”며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이 시기에 이렇게 나올 이유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KC인증제도가 의무화되면 관련 인력도 필요해 결국 정부 관계자들만 이득을 보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정부가 인증한 기관으로서 산업부나 기술표준원 인력이 가게 되는 일자리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KC인증을 의무화하는 것 자체가 제품 안전성 확보에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도 정부로부터의 KC인증을 받은 제품이었듯 인증 검사 자체가 달라지지 않으면 소모적일 뿐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KC인증은 산업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하지만 화학적 유해성 여부는 환경부와 식품안전처 등에서 하고 있다.

반발이 이어지자 산업부는 “‘국민의 안전성이 담보되는 범위에서’ 업체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입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에 안전성을 확인한 수입제품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을 경우 동일 제품임을 확인해 추가 부담 없이 판매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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