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올해 SK와 LG그룹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에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굵직한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은 지속적인 기존 경쟁력 강화 외에 이렇다 할 장기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부품 사업 호조에 힘입어 매출 53조3300억원, 영업이익 9조22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각각 14조8600억원, 7조42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 매출의 약 42.6%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실적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 조기 단종 악재를 만회하고도 남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품사업 호조는 삼성뿐 아니라 SK와 LG에서도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D램 반도체 2위 사업자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인 5조3577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1조5361억원으로 5분기 만에 1조원대를 회복했다. D램 수요 증가로 인한 가격 상승 호재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는 낸드플래시 경쟁력까지 노린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프리미엄 TV 패널에서 점유율 23%대로 선두인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매출 7조9360억원, 영입이익 9043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1392%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상반기 주춤했던 실적이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TV 패널 우위를 더 키우기 위한 시설투자도 이어질 전망이다.
◇ SK·LG의 장기 투자 ‘러시’
최근 SK와 LG의 부품 사업 장기 투자가 이목을 끌고 있다. SK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낸드플래시에서 도약을 준비하는 동시에 반도체 소재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LG는 대형 TV 패널에서 경쟁우위를 강화하는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 일본 도시바 반도체 사업법인 지분 20%에 대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예상 입찰 금액은 3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1세대’ 업체로 그 동안 D램 분야에 치우쳐 있던 SK하이닉스의 사업 경쟁력을 보완할 수 있는 대상으로 꼽힌다. 낸드플래시에서는 점유율 약 10%대로 4위인 SK하이닉스가 점유율이 19% 이상인 도시바 지분을 인수하면 시장의 약 30%에 해당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진영이 갖춰지며 낸드플래시 기술력도 보완할 수 있다.
이에 더해 SK하이닉스는 올해 20나노 초반급 D램 공정전환과 10나노급 D램 양산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낸드플래시에서 4세대 72단 3D 제품 개발을 완료,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메모리 사업에서의 선제적 경쟁력 확보가 골자다. 시설‧연구개발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약 7조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6조원대 투자가 이뤄졌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소재 경쟁력 강화도 추진 중이다. 지난달 반도체 소재 실리콘 웨이퍼 사업자인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해 SK머티리얼, SK에어가스 등과 소재 사업 시너지가 기대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1위인 삼성과 경쟁이 가능할 정도의 역량 확보를 위한 포석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에 10세대 OLED 또는 LCD 패널 생산라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장비업체들과 협의에 들어갔으며 2분기까지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10세대 공정은 65인치 이상 대형 패널 생산에 최적화된 규격으로 기존 8세대보다 생산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OLED 패널 생산라인이 될 경우 LG전자가 독보적으로 이끌고 있는 OLED TV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대만 폭스콘이 10세대 LCD 생산라인을 보유한 일본 샤프를 인수하는 등 LCD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으로 격차를 벌린다는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는 모바일용 P(플라스틱)OLED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2015년 말 구미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자, 올해 3분기 생산설비 가동에 들어가며 지난해 3월 파주에 1조원대 중반 규모의 추가 설비투자도 발표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대형 패널에서 OLED를 중심으로 경쟁우위를 굳히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모바일용 POLED 개발도 끝마쳐 올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량이 늘고 내년에도 증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 “기술력·수익성 지속 제고”…장기 전략은 불투명
삼성은 지난해 반도체에 13조2000억원, 디스플레이에 9조8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아직 구체적인 올해 투자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기존 기술 경쟁력과 수익성 동시 제고라는 안정적인 방향을 택했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는 64단 V낸드 공정 전환과 고성능 서버용 SSD 등 프리미엄 제품에 치중하고 10나노급 D램 공정 전환도 병행한다. 시스템LSI는 10나노 제품을 본격 양산하고 14나노 기반 오토모티브·웨어러블·IoT(사물인터넷)용 제품과 이미지센서·DDI(디스플레이구동칩) 등의 공급을 확대한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전년 대비 실적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모바일용 OLED 우위를 지키면서 플렉서블 제품 공급을 늘리고 LCD는 UHD·대형 패널 등 고부가 제품과 프레임리스·커브드 제품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반면, 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 TV용 대형 패널에서 상대적으로 불안한 모습이라고 평가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모바일 OLED 패널 세계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이지만 대형 TV 패널 점유율은 약 16% 수준이다. TV용으로는 OLED가 아닌 LCD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TV 제품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쟁사인 LG전자가 OLED TV로 ‘차세대 TV’ 타이틀을 굳혀가는 가운데 추가적인 기술 확보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특검의 수사를 받으면서 삼성의 중장기 투자 결정에 제동이 걸렸고 이에 따라 장기적인 투자 방향성을 제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는 기존 기술 우위가 당분간 유지될 수준에 있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특히 TV 패널에서 이렇다 할 의사결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TV 사업이 지속되는 한 우려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검과 같은) 외부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사업 경쟁력 강화는 지속 추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투자 규모를 밝히지 않았을 뿐이며 전사적으로 양산에 들어가기 전 제품 계획 등은 내세우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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