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들고 일어난 ‘LG G5’ 협력사들…누구 책임인가

자금난에 들고 일어난 ‘LG G5’ 협력사들…누구 책임인가

기사승인 2017-02-16 15:53:00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스마트폰 ‘LG G5’ 부품 하청업체들이 경영난 책임을 LG전자에 돌리며 규탄에 나섰다. 배경에는 제품과 하도급 구조의 문제, 중소업체의 위기의식 등이 있다.

◇ 책임져라” vs “협의 중

LG전자 G5 금속 케이스 제조를 맡은 2차 하청업체 9개사로 구성된 ‘LG전자갑질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16“LG전자의 갑질행위로 약 20개 협력사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LG전자가 1차 하청업체인 한라캐스트 관리를 부실하게 해 2차 하청업체가 25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게 만들었으며 완제품 납품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등 손실을 하청업체에 전가했다“(LG전자는성실한 자세로 구제하라고 촉구했다.

LG전자가 불량 설계로 하청업체들의 매출 감소를 야기했고, 발주량을 급격히 줄인 결과 연쇄적인 자금난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예측생산 물량에 따라 공정에 들어간 약 32만개 물량도 제 때 발주되지 않아 유동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LG전자가 한라캐스트에 요청한 사전 물량분에 대해 필요한 색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발주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주장, 직접 계약 상대가 아닌 2차 하청업체들에게 메신저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업무 지시를 내렸다는 부분 등이다.

발주 부분에 대해 LG전자는 현재 협력업체들과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재고품과 공정품은 순차적으로 소진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책위가 기자회견 예고문을 배포한 이튿날도 LG전자에 물량 일부가 납품됐으며 부품 생산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생산 스케줄에 따라 발주한 물량 생산, 구매가 진행 중이다. 예측물량으로 먼저 생산된 재고 전량도 소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책위 측 변호사도 소량이지만 발주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쟁점은 LG전자가 2차 협력사에까지 업무 지시를  내리면서 경영에 개입해 경영난이 초래했다는 것이다.

대책위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1일 오전 LG전자 구매 담당자는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통해 1, 2차 하청업체 측에 부품의 공정 상황을 묻거나 실적이 부진한 업체 대표들의 회의 참석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책위는 지난해 4LG전자가 협력사 격려식을 진행한 부분, 8월 하청업체 생산 현장을 방문한 점 등도 하도급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경영 간섭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제품 출시가 머지않은 상황에서 담당 직원이 상황 파악에 나섰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G5는 메신저에 기록된 날짜로부터 1개월가량 후인 331일 출시됐다.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 제조하도급 담당자는 메신저 등을 통한 지시가 있었다면 경영활동 개입 가능성을 문제 삼을 여지는 있다면서도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원청업체의 2차 하청업체에 대한 직접적 경영 간섭을 입증하는 데는 보다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갈등 원인은 생존 위기감

일련의 갈등 배경에는 G5의 판매 부진과 중간 단계인 1차 하청업체, 시장 변화에 따른 중소업체들의 위기감 등이 깔려있다.

먼저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1차 하청업체의 대금 변제능력 상실이 있다. 한라캐스트는 지난해 LG전자로부터 현금으로 지급받은 후 2차 협력업체 측에 대금 140억원의 상당액을 6개월 만기 어음으로 7월경 결제했다. 이 과정에서 한라캐스트는 제품불량을 이유로 2차 하청업체 대금을 30%가량 인하했고 이후에도 발주를 지속했다.

이후 지난해 1229일 한라캐스트는 인천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대금의 상당부분을 올해 1월부터 만기되는 어음으로 받은 2차 하청업체들은 자금난에 처하게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손 내밀 곳을 찾지 못한 2차 하청업체들이 LG전자에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난에 빠진 2차 하청업체가 원청업체 측에 책임 소재를 강조하며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려는 경우도 종종 있다실제 유동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대안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G5 제품 자체도 문제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하청업체들은 금속 케이스 설계 경험이 전무한 LG전자가 이어폰잭 위치 등 오류가 있는 설계를 제시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G5 후면 케이스 등의 카메라 렌즈 곡면 부위 등의 처리 공정에 어려움이 있었고 양품수율이 초기 20~25%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하청업체에는 매출 감소, LG전자 측에는 G5의 공급량 부족의 원인이 됐다. 수율을 맞추지 못한 G5는 시장에 안착하기 어려웠고 인기가 떨어지자 다시 부품 발주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실제 LG전자는 G5 흥행 부진으로 지난해 MC(모바일)사업본부에서 총 125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자금이 떨어진 중소 하청업체들은 인건비나 원자재 비용 등으로 기다릴 여유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 신제품 수주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더해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인건비 등을 고려한 시장 변화를 거스르기는 어렵겠지만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상호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협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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