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내일 치러질 롯데그룹 인사는 신동빈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신동빈의 남자들'이 자리를 지키는 등 '물갈이' 차원의 인적 쇄신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4개 계열의 비즈니스 유닛(BU) 신설로 인한 조직 개편과 정책본부 개편, BU장 이동으로 인한 공석에 각 계열사 수장들의 들고남이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10월 공언한 약속을 지켜나가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은 자신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롯데그룹 수사가 일단락된 지난해 10월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로운 롯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준법경영 강화 △경영목표 축소 조정 △정책본부 축소 △호텔롯데 상장 등의 공약을 제시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로 내실 성장을 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는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정책본부 대신 신설되는 경영혁신실 실장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실상 큰 틀에서는 크게 변화가 없는 셈이다. 새로 신설되는 준법경영위원회에는 오랫동안 신 회장을 보좌해 왔고 고 이인원 사장의 영정을 들기도 했던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이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 역시 예견됐던 일이다.
고 이인원 부회장과 황 사장, 소 단장 등 3인방이 유지해 오던 체제가 투톱 체제가 된 것이다. 신 회장은 준법경영 위원회를 구축, 외부 법률전문가를 위촉해 본부와 계열사의 준법경영을 실시할 것을 약속했었다.
각 계열사들과 회장단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는 4개 비즈니스 유닛(BU)장의 하마평이 무성하지만 크게 예상을 벗어나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우선 식품제조 BU장은 이준혁 롯데칠성 사장과 김용수 롯데제과 사장이 유력한 가운데 6년간 계열사 CEO를 맡아온 이 사장의 경험과 연륜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호텔롯데는 상장을 앞두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이 맡을 것으로 예측된다.
화학 건설 BU장은 신 회장이 입사할 때부터 함께 일한 허수영 롯데케마칼 사장이 적임일 것으로 보인다. 유통 BU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큰 기복 없이 롯데쇼핑의 수장을 맡아온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이 유력하다. 각 BU가 사실상 해당 계열사 전체를 대표하게 되는 만큼 무게감 있는 인물로 맡길 것이라는 예상이다. 신 회장은 그동안 각 계열사별 사장들에게 받던 업무보고를 BU장에게만 받으며 계열사 독립경영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계열사 CEO인사는 롯데쇼핑을 이끄는 롯데백화점 출신 임원들이 세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중폭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있어 관심을 보으고 있다. 여기에 BU 부문장이 채워지면 공석이 될 롯데백화점과 롯데케미칼, 롯데칠성, 롯데호텔 등의 대표가 누가 될지가 관건이다. 각 부문에서 수장을 보좌하며 계열사를 이끌어 왔던 부사장들이 자리를 채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깜짝 발탁도 있을 거라는 예상이다.
검찰의 수사 표적이 되며 곤란을 겪었던 롯데홈쇼핑 수장은 이완신 롯데백화점 전무가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와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유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외 계열사들의 앞날은 어찌 될지 계열사에서는 벌써부터 긴장을 하고 있다. 신 회장이 '쇄신'을 주문한 만큼 각 계열사의 새로운 수장이 어떻게 각 계열사 조직을 개편해 나갈지도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 지난해부터 이미 운영됐던 사회공헌위원회와 지배구조개선위원회, 기업문화개선위원회 등 위원회들도 계열사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며 신임을 얻은 CEO들이 자리를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자리를 옮기는 CEO들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했던 정책본부의 감소와 개편도 관심사다. 당초 신 회장은 조직의 40% 감소를 말했으나 10~20% 감소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커뮤니케이션팀과 가치혁신팀이 인사 재무와 함께 4개 팀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이라는 큰 숙제가 나름 마무리 되는 셈이다. 정책본부는 앞으로 잠실로 이전해 '잠실 시대'를 열어갈 만큼 조직 내부 직원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그룹 인사가 마무리되면 올해 경영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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