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의 해외 사업 차질이 현실화 됐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검찰 수사에 따른 출국금지 조치로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피아트크라이슬러 지주회사 엑소르 이사회에 불참한 데 이어 오는 4월 이사회에도 불참할 전망이다. 구속기소가 결정된 이상 다음달 중국 하이난섬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도 참석이 불가능한 상태다. 보아오포럼 역시 이 부회장이 이사로 활동 중이다.
글로벌 IT업계의 중요 행사도 연달아 불참하게 됐다. 2002년부터 2011년을 제외하고 매년 참석한 ‘앨런앤드코 미디어 콘퍼런스’도 참석이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 IT·미디어·정관계 인사들이 모이는 이 행사는 오는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 IT업계 CEO 회담에도 출국금지로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이 외국계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던 만큼, 미국 시장에서의 향후 전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을 비롯한 해외 기업에 자국 내 투자를 늘리라는 압박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무게를 더한다.
이 부회장이 주요 해외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삼성의 브랜드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이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에 이어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시점인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16일 미국 시장조사 기관 해리스폴이 현지 소비자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 평판 조사 결과, 삼성은 지난해 7위에서 올해 49위까지 떨어졌다. 삼성은 2012년 13위로 처음 순위에 진입한 이후 2015년 3위까지 올랐다.
업계에서는 다수의 해외 언론매체들이 이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비리 수사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기업 평판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AFP 등 유력 외신들은 특검 수사에 임하는 이 부회장의 모습을 담아 연이은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브랜드 이미지 실추 외에 기업 인수합병 등 장기투자 계획에 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기업 오너로서 내릴 수 있는 결단을 권한을 위임받은 전문경영인들 만으로는 온전히 대신하기 어렵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 체제에서 삼성은 지난 2년 9개월여 동안 인공지능 등 첨단 IT 기술 보유 업체에 대한 인수 또는 지분투자를 늘려왔으며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을 위해 미국 하만 인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요즘 기업들은 과거와 달리 특정 사업 분야에만 매달릴 수 없는 처지다. 기술과 시장의 발달로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너에 준하는 추진력이 요구된다”며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은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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