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보복’ 뜬소문에 긴장한 게임업계…파장은?

중국 ‘사드 보복’ 뜬소문에 긴장한 게임업계…파장은?

기사승인 2017-03-08 09:25:43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한국산 게임의 진출을 막는다는 소문이 퍼져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미디어 총괄 부처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게임 등 콘텐츠 서비스를 허가하는 판호를 한국산 게임에 발급하지 말라는 구두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판호 발급 중단은 최근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추진에 따른 보복성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상하이 등 여유국이 주요 여행사들에게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를 구두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소방당국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의 롯데마트 현지 영업점 4곳에 영업정치 처분을 내리는 등 경제적 보복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판호를 발급받지 못하면 한국산 게임의 중국 신규 진출은 사실상 중단되는 셈이다. 기존 중국에 서비스 중인 게임 또는 한국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한 현지 게임에 대한 제재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한국 게임으로 연간 수조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텐센트 등 자국 게임사들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형 게임사들의 중국 출시 예정작 대부분은 이미 판호 발급을 받았거나 신청 접수를 마친 상태지만 제재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향후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비공식 조치인 만큼 판호 신청을 접수했더라도 제재 대상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난해 기준 중국 시장의 매출 비중이 41%에 달하는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2D 모바일 버전과 PC온라인 메이플스토리2’의 판호를 이미 받았지만 중국 사업 비중이 큰 만큼 신경이 쓰이는 상황이다.

넥슨 관계자는 “(판호 발급 중단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지만 모종의 제재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넥슨뿐 아닌 국내 게임업계 전반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넥슨은 현재 텐센트를 통해 던전앤파이터등을 중국에 서비스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도와 넷마블도 모바일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리니지2 레볼루션의 중국 출시를 앞두고 상황 파악에 나섰다. 양사 모두 관련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지 거래선으로부터 판호 발급 중단 조치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알파게임즈, 리니지2 레볼루션은 텐센트를 통해 각각 판호 신청 접수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매출에서 중국 시장 비중이 약 10% 수준이며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첫 진출을 노리고 있다. 넥슨에 비해 중국 시장 비중은 낮지만 리니지라는 유명 IP 게임으로 도약을 노리는 민감한 시기에 있다.

실제 중국 스네일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중국판 천당2 혈맹(天堂2 血盟)’은 지난해 12월 중국 애플 앱스토어 5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모았다.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의 경우 국내에서 1개월 만에 2000억원대 매출을 올린 흥행작인 만큼 해외 성적에 대한 기대가 크다.

판호 발급 중단 조치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실체를 알 수 없음에도 불안감을 키우는 이유는 중국의 시장 규모와 자국 기업 보호 기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게임의 중화권 수출 비중은 전체의 32.9%에 달한다. 여기에 PC, 스마트폰 보급이 급격히 성장하는 추이를 감안하면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게임업계가 중국을 등한시하기는 어렵다.

중국 게임사들이 현지 진출길이 막힌 국내 게임사를 상대로 협상 우위를 점하려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판호를 받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IP 등 게임 요소 전권을 넘겨 중국 게임으로 탈바꿈 해 출시하는 제안을 내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내 게임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로열티 수익만을 받게 되고 콘텐츠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길 수도 있다. 다수의 콘텐츠를 가진 대형 게임사보다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중견 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판호 제도 자체가 발급까지 정해진 기한이 없는 등 현지 진출에 걸림돌이라며 애당초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제도인 만큼 최근 정황에 따라 한국산 게임에 더 큰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다른 산업에 대해서도 비공식 지침 통해 외국 기업들의 긴장감을 조성한 뒤 통상 우위를 점하는 방식을 거듭해 왔다는 시각도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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