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에서 오프라인 가맹(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던 숙박앱 사업자들이 오랜 기간 이어져온 숙박업계와 유흥업소 사이의 ‘어두운 민낯’을 마주하게 됐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힌 숙박앱 가맹사업은 낡은 인습 타파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 가맹점이 유흥업소와 거래?…야놀자 “용인할 수 없어”
20일 숙박앱 ‘야놀자’를 서비스하는 야놀자F&G는 운영 중인 일부 가맹 모텔이 유흥업소의 이른바 ‘2차’ 장소로 사용됐다는 보도에 곤욕을 치렀다. 이날 CBS 노컷뉴스는 야놀자의 모텔 가맹점인 ‘호텔야자’ 일부 지점이 같은 건물에 위치한 룸살롱과 연계해 성매매 대금 5만원 중 알선료 1만원을 제외한 금액을 받고 장소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야놀자 측은 “성매매는 국가에서 정한 불법 사항으로 ‘숙박 시장 양성화’를 위해 지난 12년 간 역량을 쏟으며 사업을 영위 중인 당사에서는 절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며 즉각 해명에 나섰다.
가맹 계약서에 불법 행위 제재안을 명시하고 있으며 가맹점의 불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가맹계약 해지는 물론 브랜드 가치 훼손 등에 따른 민형사상 법적 책임도 묻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야놀자는 유흥업소 거래 등 행위가 있는 가맹점이 있는지 확인을 위해 전수조사에 들어갔으며 숙박업 관련 법률사례 등의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보도에서는 유흥업소 종업원 등의 말을 빌어 야놀자 측이 가맹점의 불법 행위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를 묵인, 방조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모텔 품질을 관리하는 ‘슈퍼바이저’ 제도와 운영 현황이 기록되는 ‘스마트프런트’ 시스템 등을 운영 중인 야놀자에서 불법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논리다.
야놀자 측은 불법 행위 방조 증언은 ‘허위’라고 일축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 가맹·제휴점의 고객 정보 보호가 의무이므로 가맹점의 CCTV, 일지 등의 확인이 불가능하며 스마트프런트도 가맹점 관련 자료가 암호화 돼 있어 열람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슈퍼바이저나 스마트 프런트 모두 가맹점의 운영 지원을 위한 시스템이며 매출 또는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경영 간섭’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놀자가 이번 사안으로 인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맹사업에서 가맹본부와 개별 가맹사업자는 독립된 사업자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야놀자에서 가맹점 운영 기록 등을 조회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야놀자 측은 이번 논란으로 인해 심각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감수하게 됐다. 기존 사업 파트너들로부터 해당 사안과 관련된 문의가 빗발쳐 진땀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불법 성매매 등 행위가 발견된다면 해당 가맹점주는 형사상 처벌과 함께 가맹 계약 해지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가맹점 사업자 보호를 위해 계약 위반 등 행위에 대해 시정 기회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가맹점이 가맹사업 운영 관련 불법 행위로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손상할 수 있는 행정 제제나 형벌을 받았을 경우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사업 운영과 관련해 (가맹점주가) 형사처벌을 받는 등의 경우 즉시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의 계약 내용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계약 내용에 불법 행위를 유도할 수 있거나 이에 대한 가맹본부의 관리감독 책임이 포함될 경우 야놀자 측에서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유흥업소의 ‘유혹’과 마주선 야놀자·여기어때
이 같은 성매매 행태는 오랜 기간 동안 일부 숙박업체들과 유흥업소 사이에서 자행돼 왔다. 유흥업소는 성매매를 위한 고정된 장소 마련 차원에서 같은 건물 또는 인근에 위치한 모텔 등과 모종의 계약 관계를 맺고, 이들 숙박업소는 한 객실에서 하룻밤 약 5~10만원의 숙박료를 한 번만 받는 대신 1~2시간마다 새로 ‘손님’을 받아 더 많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유흥 상권에 들어가 있는 업소들은 유흥업소 거래 유혹을 거절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본사 직영 사업장이 아닌 기존 모텔과의 가맹 계약을 통한 프렌차이즈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별 가맹점주들이 기존 수익 모델이었던 유흥업소 거래를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놀자는 2011년부터 호텔야자 외에도 ‘H에비뉴’, ‘호텔얌’ 등 오프라인 숙박 가맹사업을 시작해 현재 120개 이상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모텔 사업장을 보유한 업체인 만큼, 고쳐지지 않은 불법적 관행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
유사한 숙박앱 서비스 ‘여기어때’와 ‘호텔타임’ 등을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도 오프라인 가맹 사업을 시작해 같은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지난해 10월 사업에 진출해 최근 ‘호텔여기어때’ 4호점까지 개점한 상태로 올해 안에 50호점, 3년 내 200호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위드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일을 주의 깊게, 남의 일 같지 않게 보고 있다”며 “오프라인 진출 과정에서 기존 인습을 혁신하고 바꾸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 같아 우리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드이노베이션은 유흥업소 입점 건물과 가맹 계약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계약서와 교육 강화 등을 검토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일로 관행이 고쳐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천만원 이상의 가맹 비용을 내는 업주들이 기존 영업 방식을 민간 기업에서 하루아침에 고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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